두산 최준석(27)은 보기만 해도 듬직한 선수입니다. 키 185㎝에 체중이 130㎏에 육박하니 그럴 만도 하죠. 팬들 사이에서 최준석의 별명은 ‘장돈(豚)건’입니다. 체격을 빼고 보면 미남 배우 장동건과 비교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는 미남이기 때문이죠.
최준석은 올해 최고 시즌을 보냈습니다. 성적은 타율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 100경기 이상 출전을 기준으로 개인 최고 타율을 찍었고,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죽기살기로 훈련해 3할2리 17홈런 94타점으로 알을 깬 뒤 2년 연속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친 거죠. 최준석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2할8푼6리(1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탰습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1안타 2타점을 올렸고, 4차전서도 2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죠.
최준석의 친정 팀은 롯데입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1년 2차 6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죠. 그러나 절친한 친구 이대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2006년 두산으로 옮긴 뒤 작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준석은 올해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동생 준민(26)씨가 눈에 밟힙니다. 한 방에서 살을 비비고 사는 분신이나 다름없는 동생입니다. 최준석은 동생과 함께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 노릇을 동시에 했던 할머니마저 2005년 눈을 감았으니 최준석에겐 동생밖에 없습니다.
그런 동생이 곧 장가를 간답니다. 최준석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위해 대구로 이동하던 12일 “동생이 12월 18일에 여의도 쪽에서 결혼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위해 전세방을 마련해준 최준석입니다. 준민씨는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 4차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목이 터져라 형의 이름을 부르면서 응원했습니다.
최준석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외나무다리 대결에서 후회 없는 한판을 다짐했습니다. “결혼 준비는 동생 내외가 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어요?”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쥔 뒤 동생의 예식장에서 ‘아빠 미소’를 지을 ‘장돈건’을 기대해 봅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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