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에 우사인 볼트(24ㆍ자메이카)가 있다면 마라톤엔 동갑내기 새미 완지루(케냐)가 있다. 이들은 각각 9초4와 2시간 이내 골인이라는 인간한계를 놓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마라톤 최고기록(2시간3분59초)을 보유하고 있지만 37세의 나이가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완지루가 게브르셀라시에의 ‘후계자’로 자연스레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완지루의 최고기록은 2시간5분10초로 랭킹10위에 그치고 있지만 5대 메이저마라톤대회(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만 놓고 보면 ‘지존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완지루가 10일(한국시간)열린 제33회 시카고 마라톤에서 지난 4월 런던마라톤 챔피언 체가예 케베데(23ㆍ에티오피아)를 10여초차로 따돌리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완지루는 이로써 2009~10년 시즌 메이저 마라톤랭킹포인트에서 75점을 획득, 2위인 케베데를 10점차로 앞섰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5점에 그치고 있다.
완지루는 이날 경기막판까지 케베데에 뒤진 채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등과 오른쪽 무릎 부상, 위장 바이러스에 시달려 올시즌 런던 마라톤에서 중도기권하는 등 컨디션이 바닥이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3주전에야 대회참가를 결정했다. 심지어 대회 직전 3일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그의 매니저가 밝혔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선두 케베데를 쫓아가기에도 숨이 찬듯한 완지루는 그러나 막판 1km를 남기고 에너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케베데와 엎치락 뒤치락 하기를 1분여. 완지루는 드디어 600m를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다. 완지루가 마치 단거리 주자를 연상케 하듯 폭발적인 순간가속도를 높이며 케베데의 추격의지를 꺾어놓은 것이다. 경기를 생중계하던 아나운서는 완지루의 폭발적인 레이스에 완전히 넋이 나간 듯 연신 “오마이 갓”을 외쳐대기에 바빴다.
완지루는 경기 후 “당신이 전쟁터에 나가 싸운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앞서 완지루는 “5년 이내에 2시간 이내에 골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세계최고기록 경신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바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