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슬러지(찌거기) 처리 시설 내 혐기성소화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가동되는 전기 발전 시설이 대부분 부실 운영되면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총 8개 물재생센터 내 바이오가스 발전 시설의 지난해 발전 효율은 평균 35.1%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 시내 4개 물재생센터의 발전 시설 가운데 서울 중랑(시간당 발전 계획 용량 3,600㎾) 난지(2,160㎾)물재생센터에 1987년 설치된 발전 시설은 아예 가동이 중단돼 있다. 외국산인 두 발전 시설의 가격은 1,000㎾당 10억원 정도여서 총 57억6,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서울에서 현재 가동 중인 발전 시설의 발전 효율도 극히 저조했다. 탄천과 서남물재생센터 내 발전 시설의 발전 효율은 각각 34%와 45%에 그쳤다.
지방의 발전 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제주물재생센터 24%, 충북 제천물재생센터 44%로 매우 낮았고 부산 수영물재생센터(62%)와 강원 속초물재생센터(72%)만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저효율의 원인은 혐기성소화조의 부실 운영이다. 이들 발전 시설은 혐기성소화조 가동 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혐기성소화조의 부실 운영으로 소화 효율이 저조해(한국일보 6일자 6면) 바이오가스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다 보니 이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발전 시설도 가동이 중단되거나 저효율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설계 당시 계획대로 전력을 남겨 외부에 일부 판매하는 발전 시설은 속초물재생센터 한 개뿐이었다. 그러나 속초물재생센터는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슬러지 처리가 원래 목적인 혐기성소화조에 음식물 폐기물을 넣어 병합 처리하고 있다. 이는 혐기성소화조에 들어오는 슬러지의 농도가 낮다는 의미 인데 화학약품 등을 사용하는 전처리단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7개 시설도 모두 혐기성소화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의 극히 일부를 소화조 운영에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환경 전문가는 "2012년 2월 슬러지 해양 투기 금지에 대비해 육상 처리 시설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부실 운영되고 있고, 특히 이 가운데 발전 시설의 상황은 매우 한심한 수준"이라며 "이는 예산 낭비뿐 아니라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에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