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가ㆍ차명 계좌가 1,000개 이상이고, 그가 수백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 11일 제기됐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가 논의되던 라 회장은 이날 돌연 미국으로 다시 출국했다.
민주당 신건, 조영택 의원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가 확인됐는데, 이와 연계된 가ㆍ차명계좌가 1,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며 "차명계좌를 실질적으로 개설하고 관리한 주체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라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운영한 비자금은 그가 가야CC에 투자한 50억원 말고도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등 굉장히 많은 금액"이라는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조 의원은 또 이백순 행장이 재일교포 김모씨로부터 5억원을 받아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김씨가 임모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 지점장을 통해 이 행장의 비서실장에게 5억원을 전달했고, 현재 현금 3억원과 1억1,000만원의 통장 잔고가 사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다"면서 "11월 금감원의 종합검사 때 모든 사항을 들여다 본 뒤 그 결과에 따라 여러가지 책임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진 위원장은 신한금융 사태 책임자 문책에 대해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측은 "이 행장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라 회장은 이날 저녁 해외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라 회장은 국감이 끝난 뒤 귀국 예정이어서 국감 회피를 위한 출국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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