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서울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를 극복한 후 미래의 세계경제를 지속적으로, 균형되게 발전시키는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으로 나가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서울 회의를 계기로 G20이 미래 세계경제 기관차로 자리매김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G20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상위 경제협의체가 되기 위해서는 G20 회원국간 공조, 비회원국인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지와 협력 등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환율 문제 등에서 “각국이 세계 경제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 중국 등 키플레이어들의 양보와 협력을 촉구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G20 밖 150개국의 얘기를 듣는 게 중요하고, 특히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들의 얘기를 청취하는 게 긴요하다”며 개도국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G20 매커니즘을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개도국의 개발 문제를 우리가 G20 정상회의 의제로 넣은 것은 개도국의 성장뿐 아니라 선진국 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진국과 개도국간 상생의 선순환이 G20 성공의 필수요건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처음으로 G7(주요 7개국) 이외 국가에서 열리는 서울 정상회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흥국가들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이 함께 세계경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G20이 20세기와 달리 신흥국들의 입김이 거세진 세계경제 지형을 반영하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는 세계경제 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대한민국이 반드시 정상회의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한편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는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간 친분, 한국의 안보 상황 등 흥미로운 주제들도 언급됐다.
존 글리오나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이 태권도 자세를 잡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오바마 대통령과 대련을 하면 이길 자신이 있는지”라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분을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면서 “태권도의 목적은 공격에 있지 않고 방어하는 데 있어서 두 사람이 싸울 일이 없다”고 피해나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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