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놓고 민영화 대상인 우리은행과 유력한 인수후보인 하나금융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퇴진문제를 거론하자, 하나금융은 즉각 “무분별한 언행”이라며 공식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행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는 없고 어차피 합병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합병을 하더라도 제3법인의 중심은 우리은행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김승유 회장과 관련해 신상변동 이야기가 들리더라”라고 소문을 전한 뒤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하는 것을 하나의 카드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금융 측은 합병 아닌 독자적 방식의 민영화를 강조해왔으며, 특히 하나금융과 인수합병에 대해선 여러 차례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이 행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하나금융은 발끈했다. 하나금융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영화를 앞두고 해당 시중은행장이 구체적인 합병방법과 지배구조를 제시하며 여론을 유도하고 타 회사 CEO 개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용퇴를 운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매우 무책임한 언행이자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는 부적절한 행태다”고 비난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이와 관련,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사자(이 행장)의 구체적인 해명과 책임 있는 사과를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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