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돈 조반니’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대표작이다. 1787년 초연된 이래 셀 수 없이 무대에 오른 이 걸작 오페라를 스크린으로 불러내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절로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가 카를로스 사우라의 손길은 역시나 달랐다. 오페라 ‘돈 조반니’의 탄생 배경을 풀어내는 동명의 영화 ‘돈 조반니’는 명불허전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웅변한다.
영화는 베네치아 출신의 타고난 시인 로렌조 다 폰테가 여성 편력 때문에 고향에서 추방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의 친구이자 천하의 난봉꾼 카사노바의 권고로 빈으로 향한 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작사를 맡게 된다. 그는 획기적인 이야기 서술로 명작 ‘돈 조반니’의 탄생을 이끌어낸다.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라이벌 관계가 등장하고, “스위스 물을 마시고 싶다”며 무자비하게 일을 시키는 아내 때문에 불우했던 모차르트의 사생활이 배경으로 깔린다. 밀로스 포만 감독의 명작 ‘아마데우스’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내용들이라 흥미는 덜하다. 인물들의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딱히 매력 있진 않다. 등장인물 각자의 사생활이 한 편의 오페라에 어떻게 녹아 드는지 엿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무엇보다 눈과 귀가 호사를 누리는 영화다.
‘돈 조반니’가 다 폰테와 모차르트의 머리 속에서 발아해 리허설을 통해 무대에 올려지는 과정이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전해진다. 스크린은 종종 무대가 되고, 무대는 종종 스크린이 되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오페라와 영화의 장르적 특징이 절묘하게 결합하며 새로운 미적 체험을 느끼게 한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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