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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에 덜미 잡힌 ‘도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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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에 덜미 잡힌 ‘도망자’

입력
2010.10.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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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일의 허리에 놓이는 수목드라마는 지상파 3사의 최대 격전지다. 연기자 면면이나 제작비 규모 등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던 KBS2 ‘도망자 Plan.B’(이하 ‘도망자’)와 SBS ‘대물’의 맞대결은 가히 ‘수목대첩’이라 할 만하다. 아직 초반이라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한 주 늦게 전파를 탄 ‘대물’이 선점효과를 뒤엎고 ‘도망자’를 앞질러 눈길을 끈다. 초반 승부를 가른 것은 스토리 몰입도였다.

머리 아픈 ‘도망자’

지난달 29일 방송한 ‘도망자’ 첫 회 시청률은 20.7%(AGB닐슨). 하지만 이튿날 방송된 2회는 17.9%로 내려앉았다. 6일 방송된 3회에서 18%를 유지하는가 싶더니 다음날 바로 16.2%로 떨어졌다. 방송 2주 만에 시청률이 4.5% 포인트 내려가기도 쉽지 않은 일.

‘도망자’를 본 시청자들의 중론은 ‘실망스럽다’로 모아졌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액션 드라마인가, 코믹 드라마인가, 형사 드라마인가? 짜깁기 한 느낌 때문에 어수선해서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은 미스터리 한 느낌을 주기 위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스토리를 전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청자들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과거의 사건과 등장인물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더 머리가 아파온다. 거기에다 극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조연급 연기자들이 정통 사극을 방불케 할 정도도 많다.

‘도망자’는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복선을 설정하는 것 정도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의 전부다. 하지만 두 시간 안팎의 영화라면 모를까, 머리를 굴려가며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두 달이 넘게 이어지는 드라마는 너무 호흡이 길다.

방대한 해외 로케이션 분량을 담은 영상과 오랜만에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는 톱스타들과 안방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외국 배우들을 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눈요깃거리는 되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를 붙잡아 두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빠져드는 ‘대물’

반면 ‘대물’은 6일 첫 방송에서 18%였던 시청률이 이튿날 21.5%로 껑충 뛰었다. ‘대물’의 힘은 편안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종군기자로 갔던 남편을 잃은 아나운서 서혜림(고현정)이 자국민 보호에 소극적인 정부를 개탄하며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라고 부르짖는 장면에 뭉클함을 느꼈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베일에 싸인 주인공들의 미스터리 한 추격전보다 역경을 딛고 선 평범한 아줌마가 서민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더 와 닿은 듯 하다.

‘도망자’의 전작인 ‘제빵왕 김탁구’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며 시청률 50%를 넘긴 것이 한국 드라마의 흥행비결을 여실히 보여줬다면, 경쟁사 작품인 ‘대물’이 이를 충실히 이어받은 셈이다.

배우들의 호연도 ‘대물’의 상승세에 한 몫 하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때론 푼수 같고, 때론 대찬 서혜림의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고현정의 연기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권상우도 불량학생에서 양심 검사로 거듭난 하도야를 연기하면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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