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5년차 박진만(34ㆍ삼성)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6번이나 우승을 하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민유격수’로 불렸던 박진만이지만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는 신인같은 기분이라고 합니다.
박진만은 “올해 플레이오프는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을 했습니다.
박진만은 올시즌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2군으로 내려갔고요. 결국, 김상수(20)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면서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박진만은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 이를 악물고 훈련한 끝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극적으로 합류해 후배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박진만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자리인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가을잔치 단골 손님이었던 박진만에게는 무척 낯선 자리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박진만은 전혀 그런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박진만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는 주전 2루수로 뛰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역시, 박진만’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경기 도중 발목이 접질리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통증을 참고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박진만은 10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2루수로 출전하면서 포스트시즌 최다 출장 신기록을 77경기로 늘렸습니다. 박진만의 소망은 자신의 등번호 만큼 우승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의 등번호는 7번입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선다면 그의 꿈은 이뤄지게 됩니다.
박진만은 기자에게 이런 농담을 던지면서 해맑게 웃었습니다.
“이제 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잘 좀 봐주세요.”
박진만이 던진 이 말에 마음 한구석이 짠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성실한 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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