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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계 4위 HTC 본사 가보니/ "아이폰 잡겠다" 타이완의 작은 거인 H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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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계 4위 HTC 본사 가보니/ "아이폰 잡겠다" 타이완의 작은 거인 HTC

입력
2010.10.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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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휴대폰 업체 HTC는 국내에서는 힘을 못쓰지만 세계에서는 무섭게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이 업체는 오로지 스마트폰만 만든다. 한 우물을 판 결과, 전세계에서 0.87초마다 1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2초에 1대씩 팔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능가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마트폰 운용체제(OS)인 윈도 모바일을 탑재한 전세계 스마트폰의 절반이 이 업체 제품이며,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공식 구글폰으로 꼽는 넥서스원도 이 업체에서 만든다. 덕분에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100만대를 팔아 노키아, 리서치인모션(RIM), 애플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작은 거인인 HTC가 다음달 신제품을 쏟아내며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국내 휴대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HTC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대만 북서부 타오위안시의 HTC 본사를 찾았다.

조용한 가운데 밝게 빛나라

HTC 본사는 뜻밖에도 시끄러운 공단 한 가운데 있다. 옆으로 시커먼 오수가 흐르고 주변에 기계, 화학 공장들이 즐비하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깨끗한 건물 서너 동 외에 어디서도 첨단 기업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 같은 미국 구글이나 MS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실내도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하다. 연구동 1층 한 켠 벽면에 전시된 제품들 외에 스마트폰 업체를 알리는 일체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회사 분위기는 '조용한 가운데 밝게 빛나라'(Quietly Brilliant)는 이 업체의 경영 이념과 관련이 있다. 존 왕 HTC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를 "겸손하면서도 훌륭한 기업이 되기 위한 모토"라며 "조용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끄는 사람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에도 이들의 '겸손한 마음'은 잘 나타나 있다. 지면 광고는 하얀 배경 위에 휴대폰 사진이 전부이며, TV 광고는 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의 얼굴만 나온다. 옥외 광고도 소비자를 뜻하는 커다란 'YOU'라는 글자와 함께 가운데 알파벳 O자 대신 휴대폰을 배치했다. 존 왕 CMO는 "유명 스타와 화려한 배경으로 점철된 타사 제품 광고에 비해 수수한 HTC 광고가 오히려 눈에 띈다"며 "간결함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TC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편한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한다. 11월에 KT를 통해 출시되는 디자이어HD의 경우 이용자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해 현지 날씨를 휴대폰 화면에 표시해 주고, 굳이 이메일 기능을 실행하지 않고 해당 버튼 위에 손가락만 대면 자동으로 메일함이 열린다.

이처럼 간편한 제품 개발을 위해 HTC는 전 직원의 30%인 3,000명의 개발자를 투입한다. 이 가운데 1,000명은 유럽, 미주, 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피터 쵸우 HTC 사장은 "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이다 보니 세계의 문화와 기술이 하나로 섞여 있다"며 "덕분에 전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겸손 뒤에 감춰진 공격성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HTC의 행보는 대단히 공격적이다. 피터 쵸우 사장은 디자이어HD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잡는 킬러폰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 1,500만~1,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2년 내 세계 3대 스마트폰 업체가 되겠다는 것이 쵸우 사장의 야심찬 계획. 이는 곧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HTC가 가장 의식하는 상대는 애플이다. 7일 타이베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HTC의 디자이어HD 언론 발표회는 애플의 아이폰 발표회를 닮았다. 쵸우 사장은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는 동영상과 함께 직접 디자이어HD의 기능을 소개했다. 심지어 쵸우 사장의 발언 중간에 터지는 객석의 환호성까지 애플의 아이폰 발표회를 연상케 했다. 그만큼 자신만만한 발표회장 분위기에서는 HTC의 경영 이념인 겸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울러 한국 시장 공략도 과제다. 한국은 삼성전자, 애플의 위세에 눌려 다른 외산업체의 스마트폰이 기를 펴지 못하는 곳. 그래서 HTC는 11월에 KT를 통해 디자이어HD 출시를 계기로 외산업체 중 유일하게 SK텔레콤과 KT 모두에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양다리 전략을 펼친다. 그만큼 판매 창구가 늘어나지만 어느 통신업체로부터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쵸우 사장은 "여러 통신업체에 고성능 제품을 공급하는 개방 전략으로 한국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TC의 양다리 전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다리 전략이 성공하려면 국내 업체들처럼 충분한 물량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외산업체들은 제조사 보조금 지원이 힘들고 사후관리(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물량 지원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타오위안(대만)=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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