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들을 회원사로 둔 민간조직인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의 한 임원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2월 메리츠증권은 'Why Not Change?(직역하면, 좀 변하지 그래?)' '국민을 위해 금융도 변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지면광고를 냈는데, 그 배경이 국회의사당이었다. 국회가 바뀌어야 하듯 금융도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는데, 이 광고를 본 국회가 발끈하고 나선 것.
국회는 "이 광고가 국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증권사 광고를 심의하는 금투협을 질타했고, 담당 팀장은 다른 부서로 전보 발령 나고 말았다. '문제의' 광고를 냈던 메리츠증권 역시 즉각 광고를 중단한 채, 사장이 국회에 공문을 보내 공식 사과까지 해야 했다.
이렇게 사건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국회는 이번에 금투협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금투협이 '잘못'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회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국회를 기분 나쁘게 한 광고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 증권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국회가 무슨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아니고, 비판과 풍자가 봉쇄된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데, 광고 중단도 모자라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에 증인으로까지 나와야 한다니 말이다.
한번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이 광고가 뭐가 잘못됐는지, 국회가 변화의 대상이란 문구가 잘못된 것인지. 국회는 명예를 훼손한 금융기관과 관련 협회를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광고에 풍자대상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보면서 국민들은 진심으로 묻고 싶을 것이다. "국회, 와이 낫 체인지?"
남보라 경제부 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