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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시집 3부작 완간한 김정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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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시집 3부작 완간한 김정환 시인

입력
2010.10.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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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이 6,000여 행, (2008)가 1만2,000여 행, 최근 출간된 (삼인 발행)가 1만여 행이다. 책 두께가 웬만한 장편소설 이상인 이 장시집 3권을 4년에 걸쳐 펴낸 김정환(56) 시인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공무에 매여 사느라 하지 못했던 얘기를 이 3부작을 통해 다 풀어 버렸어요. 이제 짧은 시를 쓰고 싶어지는 걸 봐서도 장시는 그만 써도 될 모양이야."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 한국문학학교 교장 등을 맡아 오랫동안 진보 문학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해왔다. 2006년 11년 동안 맡았던 한국문학학교 교장직을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된 그의 '공무 인생'은 무려 26년에 이른다.

글자로 만든 거대한 건축물을 떠올리게 하는 김씨의 장시집 3부작엔 그의 웅숭깊은 사유가 그야말로 폭발하듯 전개된다.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소리와 문자 등 존재와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 대립항들이 갈마들며 복잡한 의미망을 펼친다. 간명한 해석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들 시집에 대해 그는 "여러 철학적 생각과 감각적 생각을 섞으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며 "짧고 정교하게 쓰여진 서정시에 치우쳐 있는 오늘날 한국시의 구조틀을 바꿔보자는 제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선 "디자인의 문제를 천착했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그가 말하는 디자인은 물건의 조형이라는 사전적 의미 이상이다. 그것은 그가 "마르크스 식의 역사적 진보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다"고 진단하며 새롭게 제안하는 사회적 실천 방식이다. "디자인은 내용과 형식을 합일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 없다면, 이 체제에 고여서 썩지 말고 더욱 깊어질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를 "미래의 회복"이라 일컫고 그 '미래'는 바로 우리의 유년기에 잠재해 있다고 말한다. '내 유년의 디자인은 비상의/ 개념을 넘어선다./ 가까이 보이는 원초 창조의/ 행위도 넘어선다. 성이 단절되고 생의 미래가/ 복원되는 죽음의, 개별적인/ 미래다.'(55쪽)

올해는 김씨의 등단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력적 저술가다. 장시집 등 시집 18권과 장편소설, 인문ㆍ역사서, 클래식 음악 해설서, 인터뷰집 등 전방위에 뻗친 저작에 번역서까지 합치면 출간한 책이 100여권을 헤아린다. 후배 시인 김경주씨는 그를 일러 "올곧은 삶, 해박한 지식, 가늠 못할 주량 등을 차치하더라도 그 엄청난 저작을 쏟아내는 성실함만으로도 문단의 존경을 받는 작가"라고 했다.

김씨는 "돌이켜보면 '땜질 원칙' 아래 책을 써왔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책인데도 아무도 쓰거나 번역하려 하지 않을 때마다 그 구멍을 메우려 성격 급한 자신이 나섰다는 것. 예컨대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새로운 형식의 역사서로 평가받은 (전 4권)는 그가 4년 동안 역사학자들에게 출판사까지 소개해주며 집필을 권하다가 결국 직접 쓴 책이라고. 2008년부터 셰익스피어 전집(전 40권 예정)을 번역하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땜질'이다. "셰익스피어 전공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원작의 뜻에 맞게 올바른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집이 없는 게 하도 답답했다."

그가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집필하고 있는 다른 작업의 면면도 다르지 않다. 3년이 걸릴 작심을 하고 있는 '어린이용 국어사전'이 그렇고, 셰이머스 하니,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등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10명의 전집을 번역하는 작업도 그렇다. 알아주는 클래식 마니아인 그는 여기에다 "음악의 형식을 빌려 세계사를 다시 쓰는 책"도 준비하고 있다. "환갑 되기 전에 지금 쓰고 있는 것들을 끝내야지. 그 다음 작업은 그때 생각하자고."

김정환 시인은 "빈틈없이 정교한 시도 좋지만, 시라면 모름지기 그 안에 많은 구멍이 있어 이리저리로 통할 수 있는 열린 체계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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