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년째를 맞는 날이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진 통합공사 출범 후 처음 맞는 창립기념일이어서 떠들썩한 첫돌 행사를 치르거나, 휴무일로 지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송 LH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20여명은 이날 조촐한 기념행사를 마친 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수해피해 현장으로 향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가 누적돼 LH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봉사활동 지역으로 수해지역을 선택한 것은 공기업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날벼락처럼 닥친 천재지변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피해 주민들의 마음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통합공사 출범의 의미와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되새겨 보자는 차원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노조대표 등 직원들과 함께 침수 피해 가구의 도배와 장판, 보일러 시공 등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1년 전 이맘 때는 재활원에서 추석 송편 빚기 봉사를 가서 국민들께 봉사하는 LH를 만들자고 다짐했었다”고 회상하며 “비록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초심을 잊지 않으려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번 재정난을 계기로 최근 LH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기본 철학을 수정했다. 기존에 꾸준히 해 오던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일거에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해 앞으로는 신규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보다는 임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취약계층을 도와줄 수 있는 활동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것. LH 고위 관계자는 “건축ㆍ토목 분야에서 전문적 경험과 기술을 가진 조직원이 많은 만큼, 이런 노하우를 이용해 주거 분야 복지를 도울 수 있는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추진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 맞게 LH 본사 직원 1,000명은 창립기념일 당일에 경기 성남시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탄천을 찾아 집중 호우로 생긴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의 환경 정화 활동을 벌였다. 또 일부 직원은 영구임대단지 내 소외계층을 찾아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무주택자들을 위해 집짓기 활동을 벌이는 한국해비타트와 인적자원 및 정보 교류를 통해 주거복지 분야에서 함께 협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집짓기 봉사활동에 임직원 1,250여명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공공 임대단지에 ‘마을형 사회적 기업’을 조성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새로 시작된 사회공헌 활동이다. 마을형 사회적 기업은 지역별로 특성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그 수익금을 지역사회 발전에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이를테면 대구 율하지구의 마을형 사회적 기업에서는 맞벌이 가구가 많은 지역 실정에 맞게 어린이 보육 및 도시락ㆍ밑반찬 사업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상담소를 운영하는 식이다.
기업 한 곳당 2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여기서 낸 수익은 여성이나 아동ㆍ청소년 계층의 복지에 투자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LH는 올해 대구, 경기 시흥, 충북 청주 세 곳에서 마을형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결과에 따라 임대단지에 마을형 사회적 기업 설치를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간부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모아 서민금융에 지원하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통합공사 출범 직후부터 2급 이상 직원들의 월급에서 매달 2억원씩을 15개월 동안 떼어 내 32억원의 재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돈은 신용회복위원회의 별도 계정에서 관리되는데, 영세 자영업자들의 운영자금이나 임대주택 거주민 등의 생활안정자금으로 지원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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