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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세 번째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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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세 번째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입력
2010.10.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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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37ㆍ사진)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실천문학 발행)를 펴냈다.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한 그는 빼어난 서정, 치밀한 언어 구사로 정평을 얻고 있다.

자연친화적 서정성이 돋보인 첫 시집 (2004), 내면의 불안과 고통을 직시한 두 번째 시집 (2007)에 이어 3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고단한 삶에 눈길을 준다. 그의 말이다. "대전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다가 4년 전 서울에 올라오니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내 시에 사람 얘기를 담고 싶었고 그러려면 나 자신부터 파악해야겠다 싶어 쓴 시들이 두 번째 시집에 실린 것들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는데, 희망보다는 절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꽃게탕을 끓여 먹으며 시인은 어머니를 생각한다. '마디마디 매운 국물이 스며든다/ 뼈마디 구멍이 점점 넓어진다// 등딱지가 밥그릇으로 변하는 순간/ 등가죽이 검게 죽어버린 순간// 게딱지 밥을 비벼 맛나게 퍼먹는다/ 나는 삭은 등골을 열심히 빼먹는다'('식욕'에서)

'헐렁한 팬티'의 시적 화자는 팬티를 파는 행상. 허풍스러운 재담으로 손님을 끌던 그는 늦은 밤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자조한다. '어둠도 잠이 든 밤 리어카 좌판에 늘어놓은 말들을 챙겨, 침묵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한때 당신이 오래 입다 버려진 남자'

장판 밑에 살얼음이 깔리는 단칸방에서 겨울을 나는 남자('툰드라의 아침'), 빚 때문에 불화를 겪는 부부('빚'), 외상 사절이라는 단골 술집 주인의 선언에 술 생각을 애써 털어내는 남자('외상') 등 생의 그늘을 들여다보던 시인은, 보잘것없이 생긴 꽃 대신 하얗게 탈색한 잎으로 나비를 유혹해 열매를 맺는 개다래나무에 빗대 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잎을 꽃으로 바꾸기까지 제 속을 얼마나 끓였겠습니까/ 그 열매 날로 씹으면/ 혓바닥이 훨훨 탄다는데요/ 그래도 불기 어르고 달래놓으면/ 오장육부 따듯하게 덥히는/ 약재가 된다는데요/ 뜨거운 그 열매를 먹고/ 궁여지책 하루를 버티는/ 까맣게 탄 사람도 있다는데요'('궁여지책'에서)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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