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대형주택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주상복합의 아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찾는 이가 없어 거래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가격도 몇 개월 사이에 수억원씩 미끄러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3차의 지난해 거래건수는 총 97건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단 21건에 그쳤다. 그나마 8월 이후 거래된 것은 1,297가구를 통틀어 2차의 전용 115㎡와 164㎡형 2개뿐이다. 매물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대의 급매물만 일부 거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거래 가격은 수억원씩 추락하기도 한다. 올해 2월 거래된 타워팰리스 2차 116㎡형 39층의 실거래가는 15억6,000만원이었으나, 7월에는 같은 면적의 11층이 12억8,500만원에 팔렸다. 5개월 새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인근 도곡동의 다른 주상복합 165㎡형은 13억 원이던 호가가 최근 11억원 선까지 내려갔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매 거래가 안되기는 일반 아파트나 주상복합이나 마찬가지지만, 강남권의 경우 주상복합의 가격 하락이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큰 편”이라며 “주상복합이 인기가 거의 없는 대형 위주로 지어졌다는 점도 최근 중소형 중심으로 바뀐 부동산 시장 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주상복합은 찬밥 신세다. 지난 7일 낙찰된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201㎡형은 두 차례 유찰된 뒤 세 번째 입찰에서 감정가 19억5,000만원의 65% 선인 12억8,000여만원에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요즘 중소형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80%를 넘기는 점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헐값에 낙찰된 셈이다.
이처럼 주상복합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부동산 활황기에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대형ㆍ고가 주택의 거품이 먼저 빠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최근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평당 시세와 관리비가 비싼 데다 전용면적 공간이 적고 자연환기도 어려워 실수요가 한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꺾인 뒤로 저가ㆍ중소형의 실속형 주택을 찾으려는 수요자가 늘면서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값이 비싼 고가 주택이란 딱지가 되레 매매시장에서 독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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