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신경전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결이 계속될 경우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서로 생채기를 많이 입어 개별기업 자체는 물론 국가경제에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 시너지효과, 자금동원능력, 인수기업 운영경험 등등 국민경제에 미칠 요소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너지 효과
현대차그룹은 철강 등 계열사 간 연계 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가 주요 자재 공급사슬을 이룰 수 있다는 것.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세계 150여 국가, 8,000여 곳에 생산ㆍ판매 거점을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도 긍정적인 요소다. 또 현대로템의 해외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주장. 문제는 건설회사인 엠코와 중복성이 있다는 것이 상당한 약점이다. 현대건설의 주택ㆍ건축 부문 인원비중은 27.9%, 현대엠코는 32.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측은 대북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30년 독점권을 내세워 현대건설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대북사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경우 궁극적으로 현대건설을 앞세워 북한의 SOC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능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북한의 불확실성과 폐쇄성,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동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자금동원 능력
자금동원 능력은 이번 인수전에서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기 비전과 안정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독자 자본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해외 투자자 없이 4조~7조원에 이르는 풍부한 그룹내 자금만으로도 인수ㆍ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자금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자동차가 갑작스레 불황을 맞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현대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로 독일계 M+W그룹과 손을 잡았다. 업계는 이 회사의 지분 참여 비율이 20%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W그룹은 세계적인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회사로 반도체 공장과 태양광 발전소, 대규모 연구센터 등을 건설해 왔다. 외자유치는 리스크분산 등을 위해 환영할만 일이지만 이 회사 규모(지난해 매출액 기준)는 현대건설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여유자금없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시장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인수 기업 운영 경험
현대차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의 기아차를 인수해 글로벌기업으로 키워 놓았다. 또 최근에는 부실덩어리의 한보철강을 인수해 현대제철로 탈바꿈시켰다. 반면 현대그룹은 막혀 있는 대북사업과 국제 해운업계의 불황 등으로 인수합병의 능력을 과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건설은 업계 1위일 뿐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기업"이라며 "인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수 후 어떻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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