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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할아버지, 대한민국 10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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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할아버지, 대한민국 10바퀴 돌았다

입력
2010.10.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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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오시네요. 선생님 축하해요.”

9일 저녁 남상범(78)씨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내 임상의학연구소 연회장에 들어서자 큰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란 반팔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그는 양 손을 들어 답례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맨발로 대한민국을 10바퀴나 누빈 남씨를 환영하기 위해 나온 그의 팬들은 “남상범, 대한민국 10바퀴, 2만5,000㎞걸었다”는 글귀가 쓰인 액자도 건넸다.

남씨가 ‘우리 땅을 10번 걷겠다’는 뜻을 세우고 전국 도보여행에 나선 것은 2005년 11월. 지난 해까지 모두 9차례 전국을 일주했고, 올해 2월 10번째 일주를 위해 서울을 출발했다. 남씨는 강화도 태안 목포 부산 진부령 철원 등을 거쳐 8개월여만인 이날 서울에 도착, 10번째 일주 쾌거를 완성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 민족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여행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같은 민족끼리 나뉘어진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90년대 초반까지 사업을 하던 남씨는 92년 건강검진 때 직장에 있는 궤양이 암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전국의 산을 찾아 다녔고, 2005년 검진 때 궤양이 사라졌다는 진단결과를 받았다. 꾸준한 산행으로 팔 다리에 탄탄한 근육이 붙어 신체 나이는 30대와 비슷할 정도로 나왔다. “50대 때부터 도보여행을 꿈꿨어요. 쉽게 용단을 못 내렸는데, 건강하다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남씨는 매년 한 두 차례씩 도보여행에 나서 5년간 절반이 넘는 2년 9개월을 길에서 보냈다. 주로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휴전선을 걸었지만, 신안군도 임자도 신의도 거제도 등 수백 곳의 외딴 섬도 빼놓지 않고 들렀다. 그렇게 자연을 길동무 삼아 하루 평균 40∼50㎞씩, 대략 2만5,000여㎞를 맨발로 누빈 것으로 그는 추산했다. “처음 한 바퀴 돌고 나니 생각보다 해 볼만 했고, 또 남는 게 없기도 했죠. 그래서 10바퀴를 돌기로 한 거에요.”

그는 전국을 일주하며 만난 사람들과 속 깊은 얘길 많이 나눴단다. 그렇게 사귄 친구만 1,000여 명. 남씨는 그들과 언제 어디서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에 빼곡하게 적었고, 이날 행사에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 6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그가 발로 살펴 본 대한민국은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며 나뉘어져 있었다. “영남과 호남,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 사람들 마음 속에서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안타까웠어요.”

남씨는 올해 안으로 자신의 여행기를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우리 민족 내면의 혼탁함과 이 땅의 아름다움을 극명히 대비할 생각이야. 아마 힘있는 사람들은 듣기 싫은 소리가 꽤 있을걸.”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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