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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53>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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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53>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서문'

입력
2010.10.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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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ㆍ1880-1936)는 구한말의 사학자로, 금년은 그의 탄생 130주년이 되는 해다. 일찍이 《황성신문》과 《매일신보》의 논설위원으로, 이름 높은 독립운동가였다. 그가 날선 필치로 조선 민중을 일깨운 《조선상고사》 서문은 특히 이름난 명논설이어서 다시 읽는 뜻이 있다.

“역사란 무엇이뇨? 인류 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생하여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心的) 활동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의 그리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며,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의 그리 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니라.

무엇을 ‘아’라 하며 무엇을 ‘비아’라 하느뇨? … 무릇 주관적 위치에 선 자를 아라 하고, 그 외에는 비아라 하나니, 이를테면 조선인을 아라 하고 영·미ㆍ법ㆍ로..... 등을 비아라 하지만, 영ㆍ미ㆍ법ㆍ로.... 등은 각기 제 나라를 아라 하고 조선을 비아라고 하며, 무산(無産) 계급은 무산 계급을 아라 하고 지주나 자본가를 비아라고 하지마는, 지주나 자본가는 저마다 제붙이를 아라 하고 무산계급을 비아라 한다. … 그리하여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잦을수록 비아에 대한 아의 분투가 더욱 맹렬하여 인류사회의 활동이 휴식될 사이가 없으며, 역사의 전도가 완결될 날이 없나니, 그러므로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니라.”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니라” 이런 강인한 역사관은 민중의 직접 혁명으로 반일 독립은 물론, 무산자의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던 말년의 사상일 터이다. 그가 을 쓴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조국의 민족사를 똑바로 써서, 시들지 않는 민족정기가 자유 독립을 꿰뚫는 날을 만들어 기다리게 하자”(안재홍;)라고 하고, “조국과 겨레를 위해 몸 바친 광복의 화신”(에서 그 민족정신을 이렇게 이었다.

이 땅의 삼월 고두미 마을에 눈이 내린다.

오동나무 함에 들려 국경선을 넘어 오던

한줌의 유골 같은 푸스스한 눈발이

동력골을 넘어 이곳에 내려온다.

꽃메 마을 고령 신씨도 이제는 아니 오고

금초하던 사당지기 귀래리 나무꾼

고무신 자국 한 줄 눈발이 지워진다.

이 땅에 누가 남아 내 살 네 살 썩 비어

고우나 고운 핏덩어릴 줄 줄 줄 흘리련가

이 땅의 삼월 고두미 마을에 눈은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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