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의 뜨거운 열기를 시샘하는 폭우로 17분이나 늦은 오후 6시17분 시작된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 오후 6시36분부터 52분까지 16분간, 8시20분부터 9시5분까지 45분간 등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시간인 61분이나 비로 인해 중단되기도 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을 열망하는 두산의 뚝심을 막지는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비로 두번이나 중단된 것은 2004년 11월1일 현대-삼성 한국시리즈 9차전 이후 두번째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2로 앞선 8회 3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던 두산이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전날의 악몽에서 간신히 탈출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선발 히메네스의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호투와 1-0으로 앞선 6회 4번 김동주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삼성을 4-3으로 제압,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었다. 두산은 지난해 10월10일 잠실 SK전부터 이어져오던 플레이오프 4연패에서도 탈출했다.
삼성은 1-4로 뒤진 9회 6번 박진만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2점을 따라붙었지만 2사 2ㆍ3루 역전 기회에서 9번 김상수가 두산 임태훈에게 삼진을 당했다.
달구벌 혈투를 1승1패로 마친 양팀은 9일 하루를 쉰 뒤 1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플레이오프 3차전을 벌인다. 삼성은 왼손 투수 장원삼, 두산은 오른손 투수 김선우를 선발로 출격시킬 전망이다.
믿을 것은 히메네스 뿐
김경문 두산 감독은 2차전에서 히메네스의 어깨만 믿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오늘은 히메네스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두산은 1차전에서 고창성과 임태훈, 왈론드, 이현승, 정재훈 등을 모두 투입하고 패하면서 불펜진이 고갈된 상태. 히메네스가 초반에 무너졌다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2연패를 당할 뻔했다.
0-0이던 1회 1사 1ㆍ2루 위기에서 무실점으로 잘 버틴 히메네스는 2회부터 7회까지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최고 구속은 149km나 찍으며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린 히메네스는 2차전 MVP(최우수선수)까지 차지했다.
‘트리플 테이블 세터’의 위력
김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번 정수빈, 2번 오재원, 3번 이종욱으로 타선을 꾸려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상대 선발이 왼손 차우찬이었지만 다시 한번 ‘왼손 트리플 테이블 세터’를 가동해 2득점을 올렸다.
김 감독의 승부수인 ‘트리플 테이블 세터’는 2차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두산은 1-0이던 6회 선두타자 정수빈의 2루쪽 번트 안타와 오재원의 좌전 안타로 무사 1ㆍ2루를 만들었다. 3번 이종욱은 바뀐 투수 권혁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 무사 만루. 이종욱은 4번 김동주의 짧은 좌전 안타 때 1루에서 3루로 뛴 뒤 6번 이성열의 깊은 유격수 플라이 때 홈까지 밟았다.
역시 두목곰
정규 시즌 중 김현수에게, 포스트 시즌에서는 최준석에게 4번 자리를 내줬던 김동주가 플레이오프에서 매서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전날 1차전에서 5번으로 나서 0-2이던 4회 동점 투런 아치를 쏘아올렸던 김동주는 2차전에서는 자신의 자리인 4번으로 복귀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동주는 1-0이던 6회 1사 만루에서 올해 상대 타율 7할5푼을 기록한 권혁의 볼을 노려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4타수 2안타 2타점.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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