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지음
신인문사 발행ㆍ432쪽ㆍ2만원
안에서는 잘 안 보이던 것이 밖으로 나가면 더 잘 보이곤 한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장점과 결점도 그러하다. 독일에 살면서 카셀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 김덕영(52)씨가 를 쓴 것은 독일이라는 거울에 한국을 비춰보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인구 14만의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와 독일 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를 성찰한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이 아름답고 유서 깊은 도시는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열려 있는 정신’을 표방한 하이델베르크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예술인과 지식인, 청년들이 모여들어 문화의 꽃을 피웠다. 프리드리히 헤겔, 막스 베버, 아이헨도르프, 횔더를린 등이 모두 이 도시를 사랑해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하이델베르크뿐 아니라 바이마르, 예나, 괴팅겐 등 독일의 지성을 이끌어온 도시들은 인구가 10만도 안 되는 곳이 많다. 서울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고성을 폐허 상태 그대로 보전함으로써 낭만주의자들의 명소로 만든 이 도시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재개발의 이름으로 과거의 유산을 없애버리기 일쑤인 우리의 행태를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일등지상주의, 양적인 경쟁, 물신주의에도 이의를 제기하며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옹호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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