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왕비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그 중 둘은 처형했던 영국 튜더 왕조의 절대군주 헨리8세(1491~1547). 그를 주인공으로 생애 마지막 희곡을 쓴 셰익스피어를 비롯, 그는 문학 연극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냉혹한 남편이던 헨리8세와 그의 왕비들의 사연만큼이나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는 것은 그의 측근인 세 명의 토머스의 운명이다. 추기경이자 왕의 심복으로 막강한 힘을 지녔던 토머스 울지, 왕의 이혼 문제를 도맡으며 울지의 하수인에서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토머스 크롬웰, 저 유명한 의 저자이자 왕이 신임하는 고문이었던 토머스 모어. 한때 최고 실세였던 이들 세 사람은 절대권력을 지키려는 헨리8세의 손에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은 은 헨리8세의 사람들 가운데 토머스 크롬웰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왕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에 맞서 수도원 해산을 단행하는 등 거칠고 무자비한 인물로 여겨져 왔던 크롬웰을, 영국 여성 작가 힐러리 맨틀(58ㆍ사진)은 섬세한 해석과 상상력을 동원해 인간적 매력을 지닌 인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성장기의 행적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크롬웰을 입지전적 인물로 그린다. 가족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대장장이 아버지를 피해 열다섯 살 때 가출한 크롬웰은 프랑스 용병, 대부호의 주방장, 모직물 교역상 등을 거쳐 당대 최고 권세가인 울지의 변호사가 된다. 오직 이용할 인간과 버릴 인간만이 존재하는 냉혹한 궁정에 발을 들인 그는 명민하고 빈틈없는 처신으로 마침내 왕의 총애를 얻는다.
소설은 신분의 장벽을 넘어 권력의 정상에 오른 크롬웰의 극적인 생애를 통해 당대 유럽의 격변을 형상화하는 한편, 궁정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까지 보여준다. 1,000쪽에 달하는 긴 분량임에도 지루할 새 없이 읽히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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