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호(號)가 새 선장으로 손학규 대표를 내세웠다. 정기국회 회기 중,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일정 속에서 치른 민주당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기대만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국민은 조용히 그 절차와 과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선장을 바꿔 변화를 선택한 민주당이 과연 새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설 수 있을까, 아니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불임야당으로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오로지 민주당의 몫이다. 손학규 신임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 각자가 당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국민 마음 얻는 비전 보여야
우선 민주당은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이루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ㆍ 민생ㆍ 평화의 원칙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어떠한 모습으로 당을 일신(一新)해야 할 것인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진보세력과의 통합과 당의 대여(對與) 선명성 부각을 위해서나, 2년 뒤의 집권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변화의 큰 그림과 틀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결국 큰 그림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도 민생도 평화도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변화의 큰 그림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로 집권 전략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정당과 정파, 정당인이라기보다는 국민 대중이다.
김대중ㆍ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민주당의 본류로 되돌려 하나로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그 원칙과 과정이 정당의 올바른 모습을 벗어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결국 그 결과는 과거 실패의 반복일 따름이다. 이왕에 민주당이 변신을 꾀한다면 정치실험 차원의 정당 개혁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결코 과도한 주문이 아니다. 민주당이 되살아나 제 1야당의 위상을 되찾고, 더 나아가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이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다. 당의 주도권을 어렵사리 잡았으니, 강력한 대권주자로 스스로를 부각시키고 싶은 유혹이 클 것이다. 이 참에 정체성 시비도 조속히 잠재우고 당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던가.
과거 서너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보여준 권리 행사는 정당의 그랜드 비전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러나 그럴 듯한 비전의 진정성이 훼손되면 즉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냉철한 유권자들이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주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넘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손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을 살펴보면 조심스럽지만 기대되는 대목이다. 2006년 '100일 민심 대장정'에 이어 2007년 한나라당 탈당 후 다시 '2차 민심 대장정'에 나서 피부로 느낀 우리 사회의 자화상, 그리고 지난 2년간 춘천 근처에서 칩거하면서 일반 시민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숨김 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잊지 않길 바란다.
대권 꿈 앞서 정치변화 주도를
손 대표는 자신을 던져버리는 자세로 당 대표직에 임하길 바란다. 자신과 민주당,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서 그렇다. 그것이 민주당 전당대회가 손 대표를 선장으로 내세운 뜻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대권주자의 꿈은 일정기간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오로지 민주당을 올바른 변화의 길로 이끄는 방향타를 잡기 바란다. 외연을 넓혀 세를 과시하기에 앞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신임을 획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 당의 외연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민주당의 변화가 제대로 작동하면,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 것이며 결국 우리나라 정치가 바뀌게 된다. 그것이 순리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