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자유가 인간의 자유를 왜곡
대한민국 신 권리장전 / 박홍규 지음
대한민국 헌법 제2장의 표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다. 저자는 이 제목부터 ‘사람의 권리와 의무’로 다시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간답게’를 담보하는 제도의 작동 구조를 뿌리부터 다시 고찰하는 프로젝트. 저자는 자유, 자치, 자연의 세 가지 가치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인권헌장을 모색한다.
저자는 기본권(인권)의 바탕이 되는 세 가치가 한국에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는 반공을 뜻하는 자본주의의 소유와 시장의 자유, 자치는 국가 주도 시스템 하의 지역 이권주의, 자연은 녹색개발이라는 새로운 산업 논리와 등치되고 있다는 것. 책은 최근의 사례들을 통해 그 왜곡의 근저를 파헤친다.
법학자이면서도 인문학과 예술 전반에 폭넓은 교양을 가진 저자의 글답게 책장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경제독재’ 체제로 일컬어지는 오늘의 현실에서 대다수 사람들의 권리가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지, 헌법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천적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를 담았다. 21세기북스ㆍ344쪽ㆍ1만5,000원.
유상호기자 shy@hk.co.kr
■ 유럽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대륙의 발명 / 크리스티앙 그라탈루 지음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는 수도가 유럽에 있지 않고, 인구의 95%가 유럽 밖에 있으므로 유럽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중해의 두 섬나라 키프로스와 몰타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가깝지만 아무런 논란 없이 2005년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도대체 유럽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대륙의 개념은 지리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역사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세아니아가 아시아에 편입되고 있듯이 대륙의 개념은 이제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대륙 구분은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전히 유효하다.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못한 모로코와 터키가 같은 이슬람 국가라는 점이 그 예다.
저자는 대륙이라는 세계 구분의 낡은 틀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제 지역과 지정학적 구분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대희, 류지석 옮김. 에코리브르ㆍ264쪽ㆍ2만1,000원.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 중국식 자본주의, 2000년전 '관자'서 찾다
국부책(國富策) / 자이위중 지음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이제 경제사상도 서양이 아닌 자국 전통에서 찾아내 새로 확립하고 싶어한다. 중국의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자이위중이 쓴 이 책은 2000년 전 중국 고전 '관자'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관자는 전국시대부터 서한시대까지 집집마다 갖고 있었다고 할 만큼 널리 보급된 책이지만, 의리를 중시하고 이익을 가볍게 여기는 유교의 영향 등으로 오래 잊혀졌다.
저자는 관자를 다시 꺼내 읽으며 오늘의 지혜를 구한다. 예컨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중 어느 것이 나은가 하는 경제사상사의 핵심 쟁점과 관련, 관자는 국가 개입과 국가주도형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분석한다. 중국식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관자는 부국안민의 요체로 정치와 경제를 일체화하고 '의'로써 '이'를 다스릴 것을 강조했다.
저자는 경제, 정치, 윤리의 유기적 연결을 강조하는 이러한 태도에서 계량주의에 바탕한 서구 경제학이론의 맹점을 극복할 토대를 발견하고, 관자가 말한 경제 비책을 하나하나 오늘의 경제 맥락에 대입해 보기도 한다. 홍순도 등 옮김. 더숲ㆍ563쪽ㆍ2만2,000원.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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