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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돈을 사람을 위해 쓰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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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돈을 사람을 위해 쓰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네

입력
2010.10.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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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지음

그린비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2004년부터 ‘서경재’라는 이름의 공동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50평짜리 집에 12명의 청년들이 함께 살며 각각 월세 15만원씩을 내는 시스템이다. 하루 숙박비가 5,000원에 불과한 게스트룸도 있다. 이곳의 보증금 2,000만원을 낸 두 명의 스폰서 중 한 사람인 고미숙씨는 이렇게 말한다. “1,000만원을 은행에 저축했을 때 돌아오는 건 약간의 금리뿐이지만 더부살이에 쓰면 12명의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보다 멋진 돈의 용법이 어디 있겠는가.”

‘수유+너머’의 연구원이자 고전평론가인 고씨는 에서 이 공동주택운동을 ‘더부살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그러면서 서너 명밖에 되지 않는 식구가 40~50평 넓은 집에서 살지 말고 알맞은 평수로 줄인 후 그 차액으로 주변의 청년이나 독신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을 운영해 보라고 권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동산 재테크 전략이 아니라 주거공간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며,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마을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유+너머’가 운영하는 ‘보리기금’은 구로지역 저소득층 자녀들의 공부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강사들의 기금으로 조성된다. 아이들은 장학금을 받아 강의료를 내고, 강사는 자신이 낸 기금으로 다시 강사료를 받는다. 결국 일정 금액이 돌고 도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 엮인 모든 사람들은, 돈은 소유가 아닌 흐름 속에서 더 큰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이 그저 ‘10억’이라는 숫자 자체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저자는 돈을 벌고 쓰는 것을 관념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돈은 관념이 아니라 행동이며, 내가 돈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쓰는가가 돈과 나의 관계를 규정한다”고 강조한다. 돈을 통해 삶을 창조하는 돈의 달인이 되느냐, 아니면 노예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버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용법이라는 말이다. 책 제목의 ‘호모 코뮤니타스’ 즉 ‘공동체적 인간’이 바로 돈의 달인이 되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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