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 South Korea?"(북한? 남한?)
외국에서 "어디서 왔니"라는 물음에 "코리아"라고 답하면 반드시 따라 붙는 말. 이 때 우리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남북분단 상황을 절감한다.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로 활동해온 한윤섭씨가 쓴 첫 장편동화 는 이런 감정을 상기시킨다. 한국 소년 봉주가 프랑스의 작은 도시 뚜르에서 의문의 글귀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자칫하면 낡고 상투적일 수 있는 남북분단 문제에 친근하고도 세련되게 접근한다. 추리소설 같은 전개는 흥미진진하다.
봉주는 이사온 집의 침대에서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라는 낙서를 발견한다. 이 집에 한 일본인 가족 외에는 어떤 동양인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문을 증폭시킨다. 한편 봉주는 학교에서 "북한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프랑스에 올 수 없다"고 말했다가, 평소에 내심 불편하게 생각했던 일본인 토시로부터 "네가 어떻게 아느냐"는 나지막하고도 강한 질문을 받는다. 이후 봉주는 낙서가 토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국어를 알지 않느냐"며 토시를 다그친다. 토시의 눈에 차오르는 눈물. 그는 봉주를 찾아와 자신은 일본에 살던 북한 사람이고, 프랑스에 온 뒤부터는 "숨어 지내기 위해 공화국 말을 쓰지 말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어렵게 우정을 나누게 된 두 소년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토시는 쫓겨가듯 또다른 도시로 떠나고, 봉주에게는 토시와 찍은 사진 한 장과 편지만 남았다. 그 사이 계절은 쌀쌀하던 초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었다. 소년은 한 뼘 자랐다.
월드컵에서 눈물을 보였던 재일조선인 정대세와 오버랩되는 토시. 작품은 통일의 당위성을 말하거나, 북한의 처참한 실상을 굳이 들춰내려 하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쓰는 남한과 북한이 공존하는, 분단의 현실을 조용히 일깨울 뿐이다.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어른의 계몽 의지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의 아이들의 사고와 시선을 장악한 채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평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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