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의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2,000개가 넘는 인도의 정보기술(IT)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모여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곳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날씨 좋은 휴양지일 뿐이었다. 벵갈루루에 처음 공장을 세우고 인도 IT산업의 부흥을 이끈 회사가 바로 소프트웨어기업 위프로(Wipro)다. 그 중심에는 당시 3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 아짐 프렘지(65)가 있었다. ‘인도의 빌게이츠’로 통하는 프렘지는 오늘날 170억달러(약 20조원ㆍ포브스집계)에 이르는 재산으로 인도 세 번째, 세계 스물 여덟번째 갑부이기도 하다.
식용유 회사에서 IT기업으로
프렘지가 빌 게이츠에 자주 비유되는 것은 대학 중퇴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을 찾아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던 빌 게이츠와 달리 프렘지는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프렘지는 무슬림 집안 출신으로 봄베이(현재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식용유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66년 갑자기 사망하자, 당시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던 프렘지가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사실 프렘지는 위로 세 명의 형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똑똑했던 프렘지를 후계자로 택했다고 한다.
당시 직원 350명에 연 매출 150만달러(17억원) 규모의 이 식용유 회사를 프렘지는 오늘날 직원 10만명, 연 매출 8조원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식용유 생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비누, 미용용품, 전구 등으로 사업을 넓혀갔다. 결정적 기회가 찾아온 것은 70년대 중반. 새로 들어선 인도 사회당 정부가 외국기업을 탄압하면서 IBM과 코카콜라 등 거대 외국 기업이 인도에서 철수한 것이다. 프렘지는 IBM 철수로 빈 자리가 된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다. 미국에서 컴퓨터 전문가 일곱 명을 스카우트해 벵갈루루에 컴퓨터 공장을 세웠고, 81년 드디어 위프로의 첫 미니컴퓨터가 나왔다. 인도에서 만든 최초의 컴퓨터다. 이후 위프로가 인도의 컴퓨터 생산 시장을 장악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경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91년 정권 교체로 인도 시장이 개방되면서, IBM 컴팩 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업체가 인도로 몰려들었다. 품질이나 가격에서 그들을 당해낼 수 없던 위프로에게 닥친 최대 위기.
이때, 프렘지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위프로의 인력들은 세계 다른 IT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GE 등 세계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인건비뿐 아니라 프렘지의 품질개선 노력이 중요한 밑바탕이었다. 90년대 초반부터 소프트웨어 품질에 힘쏟은 위프로는 95년 ISO 9000 품질인증을 땄고, 99년에는 세계 최초로 국제공인 소프트웨어 기술표준인 CMM에서 최고등급(5등급), 인재 표준인 CMMI에서 최고등급(5등급)을 받았다.
그의 돈 ‘사용법’
프렘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두쇠이기도 하다. 위프로 회장인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도요타의 코롤라. 코롤라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경쟁을 벌이는 준중형차다. 심지어 2005년 이 차를 사기 전까지는 포드의 소형차 에스코트(96년식)를 타고 다녔다. 해외 출장 때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고 숙소로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회사에서도 직원 퇴근 후 사무실 전등이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화장실 휴지 사용량까지 점검할 정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검소함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성공에 겸손하라’는 것이 그의 철학. 그는 “성공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거만함과 사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에 있어서는 큰손이다. 그가 특히 열정을 쏟는 부분은 초등학교 교육. 2001년 사재 5,000만달러(약 600억원)로 아짐프렘지재단을 설립했고, 이후로도 매년 500만달러씩 기부하며 교육 개선 사업에 사용한다. 제대로 된 초등교육이야말로 인도 빈곤 탈출의 지름길이라는 소신이 확고하다.
그는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인도의 많은 대기업들과 달리 뇌물이나 정치 자금을 일절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렘지는 돈을 꼭 써야 할 곳과 쓰지 않아야 할 곳을 분명히 구분하는 몇 안 되는 슈퍼리치 중 한 명인 셈이다.
다음 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소개합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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