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까지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환율전쟁은 이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넘어, 서방선진국 전체와 중국의 대결구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관련기사 3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IMFㆍIBRD 연차총회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가치가 매우 저평가돼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같은 거대 신흥국가들의 IMF내 발언권 확대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더 큰 책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 서울 G20 정상회의의 중요의제 중 하나인 IMF 지분개혁 문제를 위안화 절상과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로버트 졸릭 IBRD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안화는 절상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만이 유일한 특효약은 아니다”면서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보호주의로 증폭되면 1930년대의 실수(대공황)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같은 날 로버트 깁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환율에 대해 취하는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멤버들이 중국이 환율에 대해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대해 여러 번 토론했다”고 밝혀 외교적 압박을 이어갔다.
이라크전 이후 외교 무대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인 적이 많았던 미국과 유럽이 합심해 대 중국 압박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지지부진한 경제 회복의 열쇠를 환율에서 찾는 데 공감했기 때문. 조지 소로스는 7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다른 국가들이 어려웠을 때도 중국 수출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이라며 중국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것은 위안화 저평가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이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환율 등 경제를 ‘통제’일변도로 운용함으로써, 글로벌 공조노력을 외면하고 자국이기주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게 서방사회의 인식이다.
그러나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큰 폭의 위안화 절상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부총재는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절상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그 동안 선진국의 ‘중국 때리기’를 지켜보던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 국가들도 중국 편에 섰다.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은 8일 IMFㆍIBRD 연차총회에서 “브릭스 4개국이 문제는 환율 자체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며 “환율을 통제하려는 미국에 강하게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환율전쟁은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라는 얘기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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