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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타블로 논란이 보여준 사회 병리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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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타블로 논란이 보여준 사회 병리현상

입력
2010.10.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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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서초경찰서는 어제 그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쪽에게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밝히고, 타블로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들은 타블로의 주장을 믿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마저 논란의 연장으로 삼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애초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됐다고 주장한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쪽에선 한국 경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미국 FBI에 새로운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타진요 카페 운영자 K씨의 신상을 확인한 서초경찰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며, 그가 미국 시민권자여서 인터폴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세계적 코미디로 번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사안으로 확산되는 꼴이다.

타블로와 타진요 사이의 논란은 인기 가수가 학력을 위조했느냐 아니냐로 시작됐지만 그것은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로 남았다. 자신의 경험이나 인식과 다르면 어떠한 객관적 사실을 들이대도 수긍하거나 믿으려 들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확인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이 어느 정도 엄폐된 인터넷 공간에서 이러한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타블로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이트와 타진요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카페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서로 헐뜯으며 싸우고 있다.

경찰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조작되었다고 여기고 그러한 부류들끼리 모여 세력을 키우고 있다. 마치 정치사회적 불의의 대항하는 투사인 양 최면을 걸기도 하는데, K씨가 스스로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유사한 행태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민주시민사회의 성숙을 방해하고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다. 경찰과 언론이 더욱 객관적인 사실들을 밝혀내야 하겠지만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양식을 갖추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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