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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치우위의 중화를 찾아서' 중화주의 자신감 인물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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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치우위의 중화를 찾아서' 중화주의 자신감 인물서 찾다

입력
2010.10.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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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우위 지음ㆍ심규호, 유소영 옮김

미래인 발행ㆍ512쪽ㆍ2만원

중국의 동서남북을 종횡무진하며 중국사를 수놓은 영웅과 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으로 2000년대초 일약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사학자의 명성을 얻은 위치우위(余秋雨ㆍ64). 그는 어릴 적 목격한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준다. 마을에 사는 문맹인 한 농부가 길가에서 글자가 적힌 오래된 신문지를 발견했는데 그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종이를 집어들더니 조심스럽게 사당 앞에 있는 향로로 가서 종이를 불태웠다. 향로에는 ‘글자와 종이를 공경하고 아낀다(敬惜字紙)’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농부는 자신이 주운 종이에 쓰인 글자의 뜻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글자의 소중함은 알고 있었던 것. 위치우위는 이 일화를 중화문명의 저력을 상징하는 한 단면으로 제시한다.

는 위치우위가 선진시대부터 명, 청에 이르기까지 중화문명의 발전사를 훑는 문화비평서. 그는 이 책에서 중화문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중화문명 발전에 획을 그은 인물들은 누구인가, 중화문명의 본질은 무엇인가 같은 물음에 답한다. 문자와 도시, 청동기를 발명해 중화문명의 문을 연 요ㆍ순ㆍ우 임금부터 대사상가 공자와 묵자, 시성 두보와 시선 이백, 문인 조조와 역사가 사마천까지 중국사를 빛낸 인물들을 중심으로 중국문화사를 풀어간다.

중화문명에 대한 자부심과 이 문명을 가꾼 인물들에 대한 지은이의 애정, 특히 공자와 맹자에 치여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묵자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각별하다. 그는 “중국은 한때 검은색의 철학을 가진 적이 있었다”며 말문을 연다. 수직적 질서를 전제하고 있는 유가의 인애(仁愛)와 세상의 공평함을 전제한 묵자의 차별없는 겸애(兼愛)는 오랜 철학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유가의 ‘인애’는 현실적이고 묵가의 겸애는 이상적이지만 어떤 쪽을 택하겠느냐는 물음에 저자는 주저하지 않고 “묵가!”라고 외친다. “실행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천하를 위해 (묵가는) 진정 순수한 사랑의 이상을 제출했다. 이러한 이상은 밝게 빛나는 햇살처럼 다가설 수 없지만 사람들을 환하게 만든다.”

중화문명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책 전체를 관류한다. 그러나 그는 중화주의가 한족 중심의 패권주의로 오도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가 이민족 왕조인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효문제를 ‘문화개혁가’로 칭송하는 것도 그래서다. 효문제는 선비족에게 한족의 옷과 언어를 쓰도록 강요했지만 한족에게는 이를 강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호인(胡人)의 한족화 과정과 한족의 호인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이 과정의 결과물이 중화문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쌍방향 동질체의 나선형식 상생’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중화문명이 꽃피운 시대는 당나라다. “당나라가 대당(大唐)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는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명실상부한 21세기 세계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문화적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백과 두보의 우정을 “마치 대붕과 홍안이 서로 만나 한 순간 거대한 날개를 휘저으며 함께 하늘 높이 치솟는 것과 같다”고 묘사하는 위치우위의 미려한 문체 또한 매혹적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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