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고용한 사설 경비업체 요원들이 범죄단체나 심지어 탈레반 반군과 연결돼 있으며, 이들 요원을 통해 미군의 전쟁자금이 반군 등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7일 보고서를 통해 “사설 용역들이 탈레반, 범죄조직, 이란 정보기관 등과 연계돼 있어 결과적으로 미군이 기습공격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 요원들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감시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들에 대한 독립적인 정보도 전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용역업체들이 미군 차량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반군에 뇌물을 주는 사례는 있었으나, 더 나아가 미군에 고용된 이들이 탈레반의 첩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이들이 미군에 이적행위를 하고, 미군의 작전에 피해를 끼친 사례는 적지 않다. 아프간 서부에 있는 미군기지의 경비업체 대표는 뒤늦게 탈레반 요원으로 밝혀졌으나, 미군은 사전에 그의 신원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미군이 탈레반 지도자들의 은신처로 추정해 폭격한 한 가옥에서 경비업체 요원들이 탈레반과 비밀회의를 하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 이란에 미군 정보를 팔아 넘긴 사례도 적발됐다.
아프간에는 2만 6,000여명이 사설 경비업체 요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90% 이상이 미군에 고용돼 있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에 고용된 이들 대부분이 지방군벌이나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반군조직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칼 레빈 위원장은 “미군이 탈레반과 연계된 사병을 키우고 있는 셈”이라며 “미군의 반군에 대한 작전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아프간 군경을 경비요원으로 무차별 고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 군경의 자체적인 치안확보 능력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들을 미군 경비요원으로 고용해 아프간 군경을 안정시키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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