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래도 되는 겁니까."
경찰의 거짓말과 자백강요로 두 달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배모(31ㆍ여)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배씨는 7일 "딸이 수갑에 채워져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본 부모님 충격이 얼마나 크셨겠느냐"고 토로했다.
배씨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경기 의정부시 배씨의 집에 들이닥친 것은 올 3월. 경찰은 체포영장을 내민 뒤 "무엇 때문에 온지 알지"라며 배씨를 연행했다. "왜 죄 없는 사람을 잡아가느냐"고 따졌지만 막무가내였다. 경찰은 배씨에게 히로뽕 투약 혐의를 씌웠다. 같은 혐의로 이미 구속된 노모(43)씨가 "지난해 12월 의정부시 한 모텔에서 함께 투약했다고 자백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었다. 배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자백하면 구속하지 않겠다" "자수한 것으로 해서 잘 해결해 주겠다"는 등의 말로 배씨를 꾀었다. 경찰은 특히 배씨에게 "소변과 모발 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으니 순순히 불라"고 속였다. 사실 당시 마약반응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누범(금고 이상 형을 받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면제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기간이던 배씨는 경찰 말에 속아 사실을 인정했다. 검사 결과를 양성으로 알던 배씨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인정했고 6월7일 구속돼 두 달 가량 옥살이를 했다. 배씨는 "경찰이 검찰에 가서도 사실을 모두 인정하라고 시켰고 노씨와 대질 한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속임수를 알게 된 배씨는 법정에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결정적으로 배씨를 공범으로 불었던 노씨가 증인심문에서는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경찰이 원하는 대로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의 가혹행위를 주장하며 자신의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이규훈 판사는 지난달 29일 "자백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자백과 모순되는 모발검사결과 등을 고려하면 히로뽕 투약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특히 "경찰에서의 진술이 고문 등으로 인한 허위진술이라는 노씨의 말 등을 고려하면 자백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청 이모 경사는 이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해 주겠단 말이었지 처벌을 피하게 해 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자수란 말도 언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검사결과를 속인 부분에 대해서는 "배씨를 떠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사는 또 "노씨 조사 과정에도 통상적인 절차대로 했지 폭행 등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의정부지검은 지난 6일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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