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또 그들의 행태와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천안함 사태부터 최근 힙합가수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까지. 무조건 야유하고, 끝없이 의심하고, 마구 침 뱉고 조롱하여 모두를 오물통 속으로 끌어들이는 대한민국 온라인 현상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최소한의 상식조차 무시하고 튀고 싶은 쪽으로 멋대로 튀는 일부 '럭비공 누리꾼'들의 왁자지껄한 행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문제일 것이다. 그들 '익명의 독설가 집단'이 퍼뜨리는 불신과 증오의 바이러스는 이제 고 최진실이나 타블로 같은 유명인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군의 미욱한 대응이 원죄지만, 천안함 사태 진실공방에서는 공론을 오염시켜 국정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럭비공 누리꾼'들의 행태를 사회심리학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들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논객으로 인기를 모은 진중권 교수는 타블로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격 배경을 '좌절한 대중의 보상 추구 행위'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중은 스타에게 제 욕망을 대리 투사해 강한 선망을 품고 있지만, 이면에는 스타가 아닌 현실에 대한 좌절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좌절은 심리적 보충을 필요로 하는데, 적당한 계기가 생기면 스타에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리학의 고전적 이론 가운데 하나인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도 자주 인용된다. 1950년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제기한 이 개념은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인식)와 행동 간에 괴리나 모순이 빚어지면, 이미 남에게 알려진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합리성을 외면하고라도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관한 거듭된 조사결과 발표, 잇달아 제시되는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학력 관련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불신을 거두지 않는 누리꾼들의 비합리적 행태야말로 인지부조화 현상의 전형적인 케이스란 얘기다.
하지만 대한민국 온라인 현상은 어쩌면 이론적 분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성폭행 살인범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의 얘기다. 한 후배를 만나 저녁 식사와 함께 얼근히 반주를 곁들인 후 그 친구의 작업실에 들러 한마디 던졌다.
"그래, 살인범 팬카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세상이야. 도무지 납득이 안돼. 초딩들이 설친다고 해도 말야."
그러자 그 친구의 표정에 기다렸다는 듯 느물거리는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그대는 늘 상상력 부족이야. 이것 좀 보슈. 재밌어."
그는 곧 그 살인범 관련 댓글이 수없이 붙은 인터넷 텍스트를 찾아 '000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산 영혼, 잘 생겼으니 용서하자'며 뜬금없는 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천연스레 말했다.
"지둘려 봐. 미꾸라지통에 소금 뿌린 것처럼 들끓는다니까."
과연 그 친구의 엽기적인 댓글이 올라가자 댓글판은 금새 갑론을박 야단법석이 됐다.
"이거 그냥 유희야. 그냥 불 한 번 던져 놓고 아우성치는 거 감상하는 거지 뭐. 너무 심각하게 생각 마슈."
최근 미 뉴요커지 기자이자 등의 책을 낸 비즈니스 트랜드 작가 맬컴 글래드웰씨는 트위터 등의 사회참여활동에 대해 "개인적인 희생이나 비용을 감수할 필요도 없는 조건에서만 부담 없이 하는 행동"이라며 그 의미를 일축했다. 주류 담론과 누리꾼들의 소란을 분별하는 사회적 기제가 필요할 때가 됐다.
장인철 생활과학부장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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