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패션계, 영화계, 특급호텔 관계자들이 찾는 플로리스트가 있다. 수많은 다른 플로리스트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제인 패커(41)가 바로 그다. 그는 현대적이면서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영국 앤드류 왕자와 사라 퍼거슨(이혼)의 결혼식 꽃 장식을 맡은 이래 빅토리아 베컴, 마돈나 등 유명 고객을 상대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펼쳐왔다.
그가 계절과 컬러에 따른 꽃 장식을 제안한 책 (시공사 발행)를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했다. 결혼 시즌과 연말을 앞두고 그의 플라워 세계와 추천 꽃장식을 이메일 인터뷰로 들어봤다.
_제인 패커식 스타일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마니아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검정과 흰색의 현대적 색상과 소품을 사용해 세련된 꽃 장식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인 패커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들(what happens naturally in nature)이다. 꽃장식은 창의적인 정원사가 최고의 꽃을 가려내기 위해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꽃과 어울리는 소재에 관해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꽃들은 색과 질감 측면에서 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랙 뷰티와 맨드라미, 카네이션의 붉은색과 모양, 질감은 다르다. 다양한 농도의 붉은색을 꽃을 섞어 쓰고, 대나무로 엮은 붉은색 박스에 넣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패션과 트렌드에 따라 나의 취향과 영감도 지속적으로 변한다. 계절, 트렌드,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각각 다른 꽃을 사용한다.”
_꽃 장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꽃이 있을 환경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단순하지만 세련되어야 한다.”
-제인 패커에게 꽃은 무엇인가.
“꽃은 나의 열정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꽃은 창의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다양한 대중 예술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부분이다. 꽃들은 또 인테리어나 아웃도어 라이프, 패션의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그 하나로 충분한 예술이기도 하다. 패션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를 계절에 맞춰 아이디어와 결합시키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작업에 대해 기대하고, 연구하고 있다.”
_영국 왕실과 마돈나 등 유명인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학생들부터 팝스타, 패션 디자이너, 영국 왕족들까지 우리 고객은 나이와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주요 고객은 영국 왕실, 남프랑스의 대저택, 뉴욕 런던 서울 도쿄 등 대도시 소재 특급호텔과 패션브랜드들이다.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밝히기 어렵다.”
_한국은 10월이 결혼시즌이다. 한국에도 신세계백화점에 제인 패커 매장이 있고, 국내 라이프스타일 교육기관인 까사스쿨에도 당신의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올 웨딩 플라워 콘셉트와 특징은?
“가장 인기 있는 테마는 분홍과 보라색 계열의 꽃을 회색 소재와 조화시키거나 또는 빨간색 꽃들을 붉은 포도주와 같은 자주색 소재와 어울리도록 하면서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_꽃장식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될 수 있는 한 꽃과 관련된 많은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내가 쓴 와 도 플로리스트들에게 필요한 기본 기술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본기를 익히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기회가 생긴다. 취미로 하는 꽃장식은 즐겁지만 실제 비즈니스는 매우 다르다. 나는 이런 차이를 ‘요리에 열정이 있지만 취미로 하는’ 사람과 ‘최상의 요리를 내놓아야만 하는’ 요리사와 비교하곤 한다. 충분한 열정을 갖고, 커다란 경제적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 일을 시작해도 좋다. 그렇다면 나처럼 플로리스트라는 직업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_올해 크리스마스 추천 장식은?
“올해엔 세 가지 다른 테마로 작업 중이다. 먼저 자연스러운 나무, 시나몬 스틱 등 유기농 재료들, 베리, 털실로 꾸미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반짝이가 뿌려진 흰색 장미, 솔방울, 눈, 얼음을 생각나게 하는 흰색 계열 장식물을 활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달콤한 막대 사탕과 꽃을 큰 초록색 박스에 담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크리스마스 원더랜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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