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3시께 서울 신세계이마트 용산점. 동부 이촌동에 사는 주부 한성희(48)씨는 채소코너에서 무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날부터 대형마트들이 할인판매에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지만, 막상 매대에 게시된 가격을 보니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 한씨는 “작년에 비해 너무 올라 정말로 장보는 게 겁난다”고 말했다.
신세계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이 이날부터 일제히 배추와 무, 대파 등 소비가 많은 채소류를 할인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장보는 게 두렵다. 전날까지 고공행진을 계속했던 채소값이 일부 내려간 정도에 불과할 뿐 예년에 비해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주일만에 장을 보러 나왔다는 한씨가 채소코너에서 구입한 품목은 무와 시금치, 애호박 등 6가지. 금액으로는 1만7,810원어치다. 작년 이맘 때 1포기에 2,000원을 밑돌다가 지금은 6,450원이나 하는 배추는 처음부터 살 엄두조차 못냈다. 100g당 가격이 작년엔 1,000원 안팎이다가 지금은 1,980원이나 되는 상추와 1개당 값이 3배 가량 올라 1,000원에 육박하는 오이도 매대를 둘러보다 구매를 포기했다.
한씨가 이날 구입한 품목들을 지난해 가격으로 구입할 경우엔 1만4,540원이 든다. 그나마 이날부터 할인판매가 시작된데다 한씨가 구매를 포기한 품목을 빼고서도 22.5%나 부담이 늘어났다. 만약 한씨가 평소에 김치를 담그던 대로 배추 5포기를 사고, 상추 200g과 오이 3개 정도를 샀다면 전체 구입 가격은 5만6,390원에 달한다. 작년이라면 2만7,540원이 들었을 테니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물가는 2배가 훨씬 넘게 올라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채소코너를 찾는 발길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씨가 장을 보던 그 시각 간간이 배추나 무, 대파 등을 만져보는 주부들은 있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후 4시가 좀 넘은 시간에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부 김성미(32)씨는 “돌 지난 아기 이유식을 만들려는데 채소값이 너무 비싸 망설여지는 내 모습을 보며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152개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되는 장바구니 물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 세계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