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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손학규 대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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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손학규 대표의 길

입력
2010.10.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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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손학규씨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2,3위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그는 일단 2012년 대선 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갈 길은 첩첩산중이고, '성공'을 예측하는 어떤 전망도 하기 어렵다.

2007년 3월 그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대신 탈당을 선언하여 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잔당들과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들이 주인 행세를 하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난다."고 그는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나는 불쏘시개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킬는지

14년 동안 한나라당원으로 장관, 국회의원 3선, 도지사를 지낸 사람이 이렇게 한나라당을 맹렬히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마시던 샘물에 이렇게 침을 뱉고 떠나느냐"고 경악했다. 그러나 재야운동권 교수 출신이었던 그는 입양아가 어느 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출생지를 찾아가듯이 보수정당에서 누리던 부귀영화를 팽개치고 진보정치권에 합류했다.

이번에 그의 득표율은 21.37%로, 2위 정동영 19.35%, 3위 정세균 18.41%를 크게 앞서지 못했다. 그러나 여당 출신으로 조직기반이 없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그가 민주당 토박이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당의 변화를 원하는 당원들과 대의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호남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는 집권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진보 노선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정서가 21%에 결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호남 출신 후보가 다수여서 표가 갈린 탓이긴 하지만 비호남 출신이 대표가 된 것은 당의 변화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지금 우리 민주당은 승리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모든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믿고 폭풍처럼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다음 구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원들의 뜻은 이명박 정권의 폭정에 맞서 2012년에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아무리 전당대회의 열기를 감안하더라도 손대표의 수락연설에서 '폭정'이란 단어는 귀에 거슬리고, 그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대선 승리까지 기대하려면 진보 세력뿐 아니라 중도와 진보적 보수 세력까지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 의해 집권한 민주정부에게 '폭정'을 한다고 비난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군사정부 시대의 야당도 아니고 과거 10년을 집권했던 정당이라면 싸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당내 기반이 없는 손 대표로서는 각 계파의 협조가 절실하고, 진보세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사정 때문에 과거의 강경노선으로 가다가 외부의 잠재적 지지세력이 등을 돌리게 된다면 손 대표의 미래는 어둡다. 그가 당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민의 지지율이 올라가야 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합리적인 노선을 가야 한다.

북에 대한 인식 분명히 밝혀야

우선 대북 관계에서 손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거리다. 3대 세습을 준비하는 '김씨 왕조', 인민을 핍박하고 굶주리게 하는 '폭정'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친북' 이미지에서 탈피 못하면 민주당의 지지층은 더 이상 넓어질 수 없다.

손 대표는 3년 7개월 전 순탄한 길을 마다하고 광야로 나섰던 결심을 되새겨야 한다. 승리란 과연 무엇인가.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길에서 의미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승리라는 마음으로 '양식을 가진 진보의 길'을 개척해 나갔으면 한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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