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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0월의 해충'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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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0월의 해충' 바퀴벌레

입력
2010.10.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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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가정집 거실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주부가 즉시 붙잡아 변기 속에 집어넣고는 분무 살충제를 쏘아댔다. 몇 시간 뒤 퇴근한 남편이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변기 속에 던졌는데, 그만 살충제 가스에 불이 붙어 '민감한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연락을 받고 출동해 환자를 앰뷸런스로 옮기던 구조요원이 사건의 전말을 듣고는 포복절도하며 웃다가 그만 계단에서 들것을 놓치는 바람에 남편은 골반과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로이터 통신이 1988년 8월 지에 난 기사를 인용해 전 세계에 타전한 내용이다.

■ 1981년 미국에서 성인 3,100여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동물'을 조사한 결과, 바퀴벌레가 1위에 올랐다. 이어 모기, 쥐, 말벌, 방울뱀, 박쥐 등의 순이었다. 사람들은 추하거나 끈적거리는 동물,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동물에 대해 쉽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 바퀴벌레의 기름기 흐르는 다갈색 몸뚱이는 징그럽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악취를 풍기고 발 놀림도 무척 빠르다. 전력 질주하면 시속 3.4마일로, 초당 자기 몸길이의 50배를 간다. 크기를 따지지 않으면 육상에서 가장 빠르다.

■ 바퀴벌레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해 불결한 장소를 많이 돌아다니는 데다, 몸이 납작하고 유연해 좁은 틈에도 들어갈 수 있다. 소화가 덜된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먹으며 똥을 싸는 습성도 있다. 이불 안까지 들어와 사람을 깨물기도 한다. 콧구멍의 물기 많은 양분이나 눈물관의 미네랄을 빨아먹는다. 다리 털 등에 달라붙은 각종 균과 오염물질이 퍼뜨리는 질병은 폐렴, 식중독, 콜레라 등 40여 가지나 된다. 바퀴벌레의 배설물이나 벗겨진 피부 껍질, 먹다 남은 음식물 등은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 국내 한 해충방제 업체가 바퀴벌레를 10월에 조심해야 할 해충으로 꼽았다. 요즘 번식이 왕성해 병원균을 옮길 위험이 높다고 한다. 퇴치하려면 청결이 중요한데,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밀봉하고 은신처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살충제에 의존하는데, 미국에선 매년 살충제 구입에 50억달러가 쓰인다. 문제는 유익한 곤충류를 죽이고 토양과 수원지를 오염시키는 점이다. 바퀴벌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 지금도 3,500여 종이 살고 있다. 핵전쟁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거미 지네 등의 천적이나 식물성 방충제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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