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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복지예산 배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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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복지예산 배달사고

입력
2010.10.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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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사고'라는 말이 일반화한 것은 2004년 8월이었다. 원래는 B가 A에게 모종의 금품을 전하기 위해 A와 한통속인 a를 이용했는데, a가 그 정을 알고 전달품의 일부(혹은 전부)를 떼어먹는 경우를 말한다. B의 취지가 A에게 전달되지 못함은 물론이다. A에게 금품이 전달됐다고 믿는 B의 행동은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A에게는 의아한 위선으로 보일 터이다. 애당초 그러한 '작업'이 없었던 상황보다 A-B관계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당시 한나라당 모 대선후보(A)와 그 보좌관(a) 사이에 현금 4억원 전달을 둘러싼 코미디 공방이 시작이었다.

■ 금품을 받으나 안 받으나, 많으나 적으나 애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A의 입장이다. 당연히 a로서는 '배달에 대한 재량권'을 독점하는 셈이다. 컴컴한 곳에서 오가는 뇌물이나 정치자금이 그런 식이다. 공적 영역에서는 정부가 (불특정 다수인) 수많은 A들에게 나눠주는 '사회복지 및 생계보장 자금'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경우 '배달사고'의 유무(有無)와 다소(多少)를 결정하는 쪽은 a, 즉 담당 공무원이다. 복지 및 보장 자금은 정부 예산(B)의 7~8% 정도가 배달사고, 즉 로스(Loss 손실)로 사라지면 그나마 성공적 배분으로 여기고 있다.

■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보건복지부의 업무와 관련된 배달사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a의 단순한 실수(?)로 의료급여 부정수급자가 수천 명 발생해 국민세금 2억원 이상이 낭비됐음이 확인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수백억원 이상이 그렇게 사라졌으리라 추정되고 있다(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지난 8월 복지부 자체 감사에서도 이미 'a들의 배달사고'가 숱하게 드러났다. 직원 해외연수, 간담회나 회식비용으로 유용하고, 인건비 항목을 만들거나 부풀려 뜯어 먹었다. '공돈'을 받는 A를 회유해 리베이트를 챙기는 경우는 오히려 나을 정도였다.

■ 복지부가 매년 예산 5,000만원씩 주는 결혼지원사이트가 국민적 혐오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 따르면 그 사이트는 민간 중매업자를 능가하는 상품성과 비인격적 수단까지 활용하고 있는데, 정작 해당 공무원들은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콜럼버스 시대의 노예낙인 풍습이나 조선시대의 반상(班常)제도를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조장하는 꼴이 되었다. 공돈이라고 퍼 주고, 또 공돈이라고 받아 챙겼으니 서로가 아무런 개념이 없었던 셈이다. 복지부가 스스로 a가 되어 배달사고를 주도하고 그 돈은 더 나쁜 곳에 쓰이고 있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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