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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즈 입힌 '동백아가씨'로 히트 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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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즈 입힌 '동백아가씨'로 히트 친 말로

입력
2010.10.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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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라는 거수(巨樹)에 돋은 잎으로 치면 말로는 잔가지가 아니라 둥치에 자루를 박은 잎사귀다. 크리미한 음색의 보컬을 사랑하는 한국 재즈 팬들은 말로의 정통 재즈 보이스에 경외감을 느낀다. 어쩌면 거리감일 수도. 그래서인지 말로의 목소리로 그려낸 ‘목포의 눈물’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듯하다. 말로가 한국 전통가요를 재즈로 재해석해 지난달 발매한 앨범 ‘동백아가씨’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소감을 묻자 말로는 “스케줄이 촘촘해졌네요”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예전 공연에서도 전통가요를 한두 곡씩 부르곤 했어요. 그럴 땐 정통 재즈 스탠더드넘버를 부를 때와 반응이 달랐죠. ‘내가 이 사람들 마음을 만져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작년 연말 공연이 끝나고 한 남자 관객이 ‘전통가요로만 앨범을 만들면 100장을 사겠다’고 했어요. 농담처럼 주위에 그 말을 전했는데 다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에요. 그럼 뭐, 한번 해보자, 그랬죠.”

그렇게 ‘동백아가씨’ ‘서울야곡’ ‘빨간 구두 아가씨’ 등 11곡의 전통가요가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넘버’로 거듭나게 됐다. 구상 자체가 무척 즉흥적인 앨범이지만 음악적 고민은 가볍지 않았다. “어떤 노래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노래든 곡이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현시키는 것이 재즈의 본령”이라는 게 그의 지론. 말로는 가방에서 아이폰을 꺼내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띄웠다. 그리고 건반을 눌러가며 편곡 작업을 설명했다.

“이거 보세요. ‘신라의 달밤’은 보통의 마이너(단음계)와 달라요. 잘 안 쓰는 6음을 쓰잖아. 이 조성을 그대로 놔두면 원곡의 느낌을 못 벗어나요. 그래서 옥타브 전체를 옮기지는 않고 절반만, 5음씩만 평행이동 시켰어요. 봐요. 이러니까 전혀 다른 음의 레이어(층)가 생기잖아. 이제 멋진 재즈곡 같죠?”

말로는 앨범에 수록한 전통가요와 트로트로 규정되는 요즘의 성인가요를 구분했다. 성숙한 정서를 담지 못하고 말초적 자극만 주는 노래는 “성인 댄스 음악”일 뿐이라고 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는 대부분 1960년대 이전 곡들. 말로는 11곡의 수록곡을 “당시 사람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 기쁘고 슬펐던 정서가 과장되지 않고 보존돼 있는 귀한 노래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 정서를 몇 개의 스토리로 엮어 들려준다.

재즈 팬이 아니면 낯설 수도 있는 말로는 이공계 출신이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아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섰다. 남들이 정한 ‘표준’과는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삶. 재즈와의 첫 만남은 스물 두 살 때 학교 앞 카페에서 존 콜트레인의 연주를 들으며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며 낯설어 했던 기억이다. 그리고는 앞뒤 안 가리고 재즈 유학까지 다녀와서 가수가 된 삶 자체가 무척 재지(jazzy)하다.

“재즈는 어려운 게 아니에요. 내 마음을 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게 다 재즈죠. 수십 년 동안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서 공명했다면, 그 음악들은 이미 훌륭한 재즈인 거에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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