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은 ‘임신부의 날’. 임신ㆍ출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임신 개월 수를 의미하는 숫자 10이 겹치는 날로 정한 것이다. 임신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최고 축복이라고 하지만 끊임없이 존재감을 호소하는 태아에 시달리다 보면 과연 그럴까 의구심까지 든다. 임신은 개인별로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인내와 고행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임신 40주는 태아는 물론이고 출산 후 산모의 건강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건강 수칙을 알아본다.
임신 4~10주엔 약 복용 조심하자
임신 4~10주는 약물이 태아에게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시기다. 임신 4주 이전에 복용한 약은 태아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태아의 심장과 중추신경계, 눈, 귀, 팔다리 등 기관이 형성되는 4~10주 사이에는 약 복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신부는 감기에 걸려도 함부로 약을 먹지 못하는데다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신종플루(H1N1)와 계절성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것이 좋다. 가장 바람직한 접종 시기는 임신 3개월 전이지만 피치 못하면 임신 중에 접종해도 무방하다. 미국 기형학회는 임신 중에 신종플루나 계절성 독감 백신을 맞더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정렬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독감 백신을 맞은 미국 임신부 5,000명이 낳은 아기 중 기형아는 한 명도 없었다”며 “임신 중에 독감예방 접종을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변비는 먹는 약보다 좌약을 쓰자
임신 중에는 입덧 때문에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호르몬 영향으로 장 운동이 느려져 변비가 생기기 쉽다. 임신 후반에는 커진 자궁이 뒤쪽의 대장을 압박해 변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변비는 일단 한번 생기면 출산 후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므로 애초에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변비를 막으려면 평소에 사과나 토마토, 양상추, 오이 등 각종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물은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하루 세 번 정도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로 5~10분 가량 좌욕을 하면 변비뿐만 아니라 치질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이밖에 항문 근육을 꽉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 운동을 하는 것도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임신 중 먹는 철분제가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임신 중 철분이 부족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용 중단 여부는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종합 비타민도 무턱대고 먹지 말아야
임신하면 무턱대고 비타민을 많이 먹는 임신부가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비타민 A는 태아 발육을 촉진하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채소와 과일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름을 예방하는 기능성 성분인 레티놀도 비타민 A 계열이므로 이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과다하게 쓰는 것도 좋지 않다. 특히 여러 가지 종합비타민제를 한꺼번에 먹다가는 비타민 A를 과잉 섭취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B군 가운데 엽산이 조산이나 기형아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요즘은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엽산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엽산은 임신 중에 복용하기 시작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임신 3개월 전부터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임신하면 태아가 엄마에게 필요한 철분을 가져가므로 따로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태아가 가져가는 철분량이 적은데다가 소화불량이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신 5개월부터 분만 후 1개월 정도까지 먹는 것이 좋다.
여드름 치료제는 임신 전에 중단해야
임신 중 피부약을 쓸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여드름 치료제를 사용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여드름 치료제인 로아큐탄 등에 포함된 이소트레티노인은 임신 직전이나 임신 중에 복용하면 아주 위험하다. 뇌ㆍ안면ㆍ팔다리ㆍ심장 등에 심각한 기형을 초래하고 정신지체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40%에 이른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한 3개월 전부터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만일 임신한 줄 모르고 약을 먹었다면 즉시 중단하고 정밀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의 기형 유무를 검사해 봐야 한다.
항생제 사용보다 보균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임신 중에는 감염질환이나 염증을 치료하는 항생제 복용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바이브라마이신 등 항생제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위장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미소프로스톨도 자궁수축작용을 일으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부는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B형 간염은 임신부와 태아 간의 수직감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기가 태어나면 곧바로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 접종을 해야 한다.
계획 임신이 임신성 질환 예방의 지름길
임신으로 인한 임신성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철저히 계획 임신을 해야 한다. 임신 전 자궁경부암, 골반초음파, 월경불순과 월경통 검사 등 산전검사를 받아 정상 임신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간염 보균 검사와 풍진 항체 검사, 빈혈 및 혈당 검사, 구강 검진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담배는 최소한 임신 3개월 전에 끊고 술은 2~3개월 전부터 끊어야 한다. 임신 전에 단 한 차례라도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신생아가 선천성 기형이 되기 쉽다.
임신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데, 자간전증(임신 20주 이후에 고혈압과 부종, 단백뇨, 경련 등이 나타나는 임신중독증의 가장 흔한 형태)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걷기보다는 스트레칭을 하는 편이 좋다. 이 밖에 평소 저염식을 통해 심혈관계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과 철분, 칼슘을 섭취하는 것도 임신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