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지하게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이다. 한국적 코미디이고, 영화화할 만한 사건이다 싶다. 힙합 가수 타블로가 과연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3년 반 만에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 왔는가?
이와 연관하여 라는 카페가 생기고, 프로그램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지도교수, 친구, 교무과장이 모두 나와 '타블로는 스탠포드 졸업생이 맞다'고 확인까지 해주었는데도 카페 핵심 멤버들은 이 사실을,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인간에게 '진실'을 요구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진실'을 믿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1957년 레온 페스팅거가 주장한 '인지 부조화' 이론에 잘 들어 맞는 케이스로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의 태도는 그들이 이미 수행하고 결정한 것에 대한 합리화이며, 행동과 태도가 서로 위배 될 때 (일례로 담배를 싫어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담배를 피웠다면) 사람들은 인지적 일관성을 위해 자신이 이미 저지른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꾼다. 즉, 어떤 사람이 호기심이든 아니든 타진요 카페에 가입하는 행동을 했다면, 이전에 타블로에 대한 호감도가 중립이거나 긍정적이었던 사람도 자신의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난 타블로를 싫어한다.)
일단 고착된 태도는 어떤 증거 앞에서도 요지부동이기 쉽다. 그런데 타진요 회원수가 자그마치 14만 명이나 된다. 타블로가 했던 말, "사람들이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거잖아요"라는 말은 인지부조화 이론의 핵심처럼 들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타블로가 국내 대학을 나왔어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타블로가 학사와 석사를 8년 만에 겨우겨우 마쳤다면 어땠을까? 타블로가 스탠포드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해서 최연소 이사가 되었다면? 이 사건의 무의식적 핵심은 타진요 회원의 간단한 인터뷰에 잘 나타나있다. "공부도 안하고 맨날 놀고 무슨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그러다가 한국 와서 유명해지고" 오 마이 갓.
그러니까 타진요 핵심 멤버는 힙합을 저열한 장르로 보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는 죽어라 코피 터지면서 공부하는데 혹은 나도 미국에서 공부 좀 하고 있는데' 타블로의 명문대 3년 반만의 졸업은 이해 되지 않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 것이다. 만약 타블로가 스탠포드대 나와서 대기업 최연소 이사가 되었다면 타블로를 인정하고 기꺼이 동지나 우상으로 생각하겠지만 '힙합이나' 한 게 영 뒤틀린다.
결론적으로 타블로는 우리의 '상식'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 조기 졸업도 스탠포드와 힙합을 연결한 경력도 다 상식위반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상식은 과연 무엇인가? 상식을 물리쳐 버리고 다음 가사를 음미해 보라. "당신이 세상이던 작은 시절. 당신의 두 손, 내 생의 첫 저울. 세상이 준 거짓과 진실의 무게를 재 주곤 했던 내 삶의 지구본. 그 가르침은 뼈 더미 날개에 다는 깃털." 타블로의 중 일부. 아름다운 가사다.
타진요 카페 운영자는 타블로에게 즉각 사과하라.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인생의 무게에 대해 거짓저울을 갖다 대었고, 진실 앞에서 눈 감는 일을 벌였다. 타블로에게 사과하는 일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일이다. 부디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고 평안을 찾기 바란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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