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죽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죽음

입력
2010.10.06 12:03
0 0

지난주 시이모님이 돌아가셨다. 시어머니의 언니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어머니는 그자리에 주저앉으셨다.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하시는 모습에 식구들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렸다.

시이모님은 수개월 동안 혈액암을 앓으셨다. 상태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여러 차례 반복됐고, 처음엔 희망 있다 하던 의료진도 언젠가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을 비쳤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어도 가까운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까지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족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이런 자의식을 갖는 건 인간뿐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동물도 이와 비슷한 심리상태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임스 앤더슨 영국 스털링대 교수팀은 동물원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침팬지들이 무리의 연장자이자 여러 침팬지의 어미인 암컷 침팬지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암컷 침팬지가 숨을 거두기 전엔 젊은 침팬지들이 차분하게 곁에 앉아 털을 손질해주고 몸을 어루만져줬다. 암컷 침팬지가 눈을 감자 딸 침팬지가 밤새 곁을 지켰다. 며칠 동안 암컷 침팬지가 머물렀던 자리를 다른 침팬지들이 조용히 피해 다니기도 했다. 연구팀은 침팬지들의 이 같은 행동이 사람이 나이 많은 가족을 잃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도나 비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팀은 어미 침팬지가 죽은 새끼 침팬지를 몇 주 동안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업고 다니며 보살피는 모습을 목격했다. 어미와 새끼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죽음 이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는 현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동물이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32개월 된 우리 아이는 아직 죽는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할머니가 그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처음 본 터라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옆에 붙어 있으려 떼쓰는 아이를 데려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가리키며 이야기해줬다. 해님이랑 달님 사는 하늘나라로 이모할머니가 올라가신 거라고. 거기 가면 이제 만날 수가 없어서 할머니가 많이 슬퍼하시는 거라고.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아파하시는 어머니께 며느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그저 주물러드리는 것뿐이었다. 죽음을 모르는 아이가 오히려 엄마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이놈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을까”라고 요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