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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상 국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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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상 국가의 조건

입력
2010.10.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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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대로 북한이 3대 세습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다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은 근대적 정치체제를 채택한 국가로는 최초라는 희귀성 때문에 문자 그대로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덕분에 소위 북한 전문가라는 이유로 주변 친지로부터 유럽 작은 나라의 방송사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권력 세습과 김정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특별한 정보가 더 있는 것도 아닌 처지에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21세기 남북의 3대 세습

더욱 갑갑한 것은 '이상한 나라'의 '별스러운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괜히 내 자신이 쑥스러워지는 것이다. 세습을 지지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절대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외부의 눈으로 보면 남이나 북이나 같은 민족으로 보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상황도 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 관련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느끼는 일인데 북한의 세습에 대하여 사실 외국 사람들보다 우리의 태도가 좀 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얼마 전에 대표적 재벌의 중요 인사가 김정은 세습이 확실하냐고 물었을 때, 그 회사는 3대 세습이 확실한지 반문한 적이 있다. 북한이 3대 세습으로 가는 것과 세계 초일류 기업이 3대 세습을 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불합리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았던 내 답변을 들은 그 사람은 마치 '신성 모독'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고의 기업뿐만 아니라 대표적 교회들, 최대 언론사도 당당하게 세습을 하고 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교가족부'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세우는 정당화의 논리도 한결 같다. '혈통'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만을 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일류 국가가운데 하나라고 자찬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을 뽑을 때도 출신 지역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북한의 '시대착오'적 현상도 정도의 차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권력 세습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제를 정당화하는 봉건사회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든 혈연이나 지연, 인종 등의 속성으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배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상한 권력구조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어떤 회의에서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집 아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느냐"고 물어 보았다. 어리둥절해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우리 아이들도 내가 바라는 대로 잘 안 바뀌어서 고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우리 자신부터 성찰을

북한은 정말로 특이한 나라이고 어느 기준으로 보든지 정상국가로 보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비난하고 큰 소리 치는 것으로 정상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주장이 합리화되는 것도 아니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우리 자신이 정상적인 상태가 되거나 최소한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든 가족이든 이웃이든 혹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고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의 일이라거나 집안 일이라고 올바르지 않은 일에도 눈을 돌리는 것도 정당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비합리적인 정책이나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도 하여야 하고 조언도 해주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행동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 진정성의 출발은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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