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에 있는 경북과학대는 지난달 7일 초상집 분위기였다. 201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하루 앞두고 정부가 공개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30곳'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신입생이 등록금의 3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는 '최소 대출' 그룹에 포함돼 사실상 퇴출대학 딱지가 붙었다.
대학 측은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고 가만 앉아있을수는 없는 법. 총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대구시 부교육감 출신으로 지난달 13일 부임한 도정기 총장의 지휘 아래 교수와 교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일선 고교를 누비기 시작했다. 도 총장의 교육계 인맥도 총동원됐다.
'대학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해묵은 학교 내분도 퇴출 위기 앞에 자취를 감췄다. 4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결과, 695명 모집에 1,760명이 지원, 평균 2.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47대 1의 경쟁률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도 총장은 "입시기간 중 발표된 학자금 대출 제한 명단 공개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지만 낮은 평가의 빌미가 된 학내 갈등이 해소되는 등 대학이 새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학처럼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상당수가 눈물겨운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교수와 교직원, 재단이 한 마음으로 나서면서 곤두박질쳐야할 수시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렸다.
등록금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제한 대출' 그룹에 든 대구예술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말 임시이사 체제에서 졸업,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이 대학은 재단이 직접 나서 교육투자 의지를 일선 학교 측에 알렸다. 그 결과 299명 모집에 719명이 지원, 2.4대 1의 경쟁률로 지난해(1.78대 1)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이밖에 대구외국어대 3.4대 1(지난해 3.1대 1), 대신대 1.09대 1(지난해 0.92대 1), 광주의 광신대 1.04대 1(1대 1) 등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들이 위기 극복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충북 영동대도 직격탄을 맞았으나, 거뜬히 회복한 경우다. 영동대는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인 송재성 총장이 직접 신입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고교들을 찾아다니며 유치 작전을 벌인 끝에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동대 관계자는 "지방대 입장에선 재학생 충원률에 가중치를 두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선정 방식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재정이 탄탄한데다 신입생 모집, 장학금 혜택 등 다른 지표에서는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는 '물증'을 고교에 제시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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