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예술의전당 젊은 연출가 공모를 통해 3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무대화됐던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이 뮤지컬로 변신한다. 작가와 연출가로 명콤비를 이루며, 부부의 연까지 맺은 한아름, 서재형씨의 첫 뮤지컬이다.
조용하던 궁궐. 일곱 살 난 왕세자가 실종된다. 극은 실종 전후 3시간여 동안 벌어지는 일을 기승전결 없이 그린다. 왕세자를 제외한 왕과 중전, 나인과 내관, 상궁 등 주변인물들의 숨겨진 관계를 까발리는 과정이다.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는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전체 줄거리와 무대는 연극과 다르지 않다. 사실적인 세트는 없고, 한지를 바른 바닥에 비치는 조명과 효과음만이 장면의 전환을 이끈다. 서재형씨는 “처음에는 왕세자의 실종을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실종 사실 자체를 망각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것은 연극과 같다”면서 “대중적 장르인 뮤지컬에서는 나인과 내관의 사랑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에서 하모니카 멜로디로 대신했던 인물의 내면 묘사가 가사가 있는 노래로 바뀌는 것도 새롭다. 이들 노래의 작곡은 소설가 황석영씨의 아들 황호준씨가 맡았다. 극적 전개와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재즈 쿼텟, 스트링 합주 앙상블 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민속 타악기와 아시아 전통악기 등의 혼용은 불분명한 시대적 분위기를 드러낸다.
퓨전 음악 밴드 ‘우주낙타’를 결성하기도 했던 황씨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아랑’에 이어 뮤지컬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휘, 전미도, 김지현 등 출연, 19일~11월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1544-1555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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