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성을 파헤친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검은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하지만 극단 뛰다의 맥베드는 느와르적 상상력을 거두기로 했다. 한바탕 놀이마당 같은 난장판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원작의 통념을 깬다.
텅 빈 무대를 구획짓는 물체는 하나씩의 상자와 사다리밖에 없다. 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광대들뿐. 맥베드가 고민할 때 광대들은 소낙비 같은 수다를 쏟아내며 결행을 부추긴다. 교언영색의 말과 몸짓은 맥베드의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장차 그가 부딪힐 운명을 예시하기도 한다. 시각적 장치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이 통념 깨기에 한몫 거든다. 모던 록, 클래식 등을 오가는 프로젝트그룹 옴이 속도감 있는 현장 음악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한다.
이 무대에 자욱한 뒤집기 미학의 근거는 맥베드를 비극적 영웅이 아니라 권력욕에 눈먼 인간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새 번역에 대본 작업까지 한 연출자 배요섭씨는 “권력의 화신 맥베드를 미화시켜 놓은 셰익스피어에게 더 이상 현혹되지 않기로 했다”며 “광대들의 몸을 빌어 셰익스피어는 결국 마녀들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독특한 양식적 몸짓은 일련의 인형음악극 작업으로부터 숙성된 연기의 결과다.
‘하륵 이야기’ ‘노래하듯이 햄릿’ ‘앨리스 프로젝트’ 등 시청각이 함께 하는 악가무의 무대를 추구해 온 이 연희집단이 2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15, 16일 춘천의 축제극장 몸짓에서 1차 무대를 가진 뒤, 22~31일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한다. (02)763-126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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