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을 신뢰할 수 없게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침몰 당일 북한군의 이상징후가 정보라인에 포착됐는데도 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통계적으로 명백하게 장군의 아들들에게 쉽고 편한 군 보직이 부여되고 있다든가, 한미연합훈련 때 군 지휘부의 3분의 1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련의 상황도 그렇지만 더 기가 차는 건 국방부의 변명이다. 북한군 동향은 통상적이어서 도발징후로 판단할 수준이 아니었고, 해군 중심의 훈련이어서 타군 장성들의 휴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신경 쓸 만한 동향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다시 얘기하기도 구차하지만 북한이 정권 이양기에 접어드는 등 한반도 안팎의 정세로 보아 올해는 북의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경고가 수없이 나왔던 상황이다. 그 와중에 복수의 이상징후가 포착됐다면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아니, 원래 미묘한 움직임도 크게 보고 대처해야 하는 게 군 경계자세 아닌가?
우리는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군은 완전히 다르기를 기대했고,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래서 지난 국군의 날에도 거듭 군의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격려했다. 그러나 천안함 이후에도 군 추문과 사건 사고가 줄을 잇는 등 전혀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감 지적에 대한 국방부의 변명은 여전히 매너리즘과 안이한 정신자세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한마디로 경계에서도, 전투에서도 실패하고, 후속 개혁과 보완에도 무능한 모습이다.
이 점에서 김태영 장관을 비롯한 현 국방 지휘부의 문제는 심각하다. 김 장관이 천안함 책임에도 교체되지 않았던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 언변으로 신뢰를 준 데다, 당장 수습 책임이 더 중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안함 반년이 지난 지금껏 군이 보여준 구태의연함, 말뿐인 숱한 다짐과 각오, 안이한 사고와 상황인식 등을 종합할 때 더 이상 국방의 엄중한 책무를 맡기는 건 무리다. 국민이 국방 지휘부에 기대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도리어 작은 책임도 크게 통감하고 단호하게 스스로를 개혁해나가는 믿음직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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