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책임 회피·변명에 급급한 국방 지휘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책임 회피·변명에 급급한 국방 지휘부

입력
2010.10.05 12:06
0 0

군을 신뢰할 수 없게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침몰 당일 북한군의 이상징후가 정보라인에 포착됐는데도 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통계적으로 명백하게 장군의 아들들에게 쉽고 편한 군 보직이 부여되고 있다든가, 한미연합훈련 때 군 지휘부의 3분의 1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련의 상황도 그렇지만 더 기가 차는 건 국방부의 변명이다. 북한군 동향은 통상적이어서 도발징후로 판단할 수준이 아니었고, 해군 중심의 훈련이어서 타군 장성들의 휴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신경 쓸 만한 동향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다시 얘기하기도 구차하지만 북한이 정권 이양기에 접어드는 등 한반도 안팎의 정세로 보아 올해는 북의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경고가 수없이 나왔던 상황이다. 그 와중에 복수의 이상징후가 포착됐다면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아니, 원래 미묘한 움직임도 크게 보고 대처해야 하는 게 군 경계자세 아닌가?

우리는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군은 완전히 다르기를 기대했고,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래서 지난 국군의 날에도 거듭 군의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격려했다. 그러나 천안함 이후에도 군 추문과 사건 사고가 줄을 잇는 등 전혀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감 지적에 대한 국방부의 변명은 여전히 매너리즘과 안이한 정신자세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한마디로 경계에서도, 전투에서도 실패하고, 후속 개혁과 보완에도 무능한 모습이다.

이 점에서 김태영 장관을 비롯한 현 국방 지휘부의 문제는 심각하다. 김 장관이 천안함 책임에도 교체되지 않았던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 언변으로 신뢰를 준 데다, 당장 수습 책임이 더 중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안함 반년이 지난 지금껏 군이 보여준 구태의연함, 말뿐인 숱한 다짐과 각오, 안이한 사고와 상황인식 등을 종합할 때 더 이상 국방의 엄중한 책무를 맡기는 건 무리다. 국민이 국방 지휘부에 기대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도리어 작은 책임도 크게 통감하고 단호하게 스스로를 개혁해나가는 믿음직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정말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