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나가고부터 수요일 아침마다 복국을 먹는다. 마산 어시장에 문학청년 때부터 단골인 복어식당이 있다. 미식가 안 교수, 주당 우 시인이 고정 멤버이고 밤에 함께 술잔을 나눈 분들이 가끔 게스트로 초대된다. 다들 자신의 지난 밤 속사정에 따라 얼큰한 복매운탕이나, 시원한 복지리를 시켜 이마와 목덜미에 땀이 맺히도록 열심히 먹는다.
복국의 속풀이는 맛이 아니라 약 같다. 나이가 약도 먹고 맛도 먹는다. 문청 시절엔 겉돌았던 복어의 맛이 나이들수록 깊어진다. 안 교수는 그 맛이 복어의 존재 이유라고 하고, 우 시인은 복의 맛을 알 정도로 술로 속이 상한 슬픈 나이가 되었다고, 복국에 식초를 풀듯 초를 친다. 사실 그렇다.
술로 쓰린 속을 복어로 푸는 나이가 됐다. 복어는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테트로도톡신이란 독을 가진 생선이다. 복어의 그 독으로 술독을 다스리는 이 기막힌 '화해의 음식'을 맨 처음 세상에 보낸 식신(食神)은 누구일까? 며칠 전엔 문정희 시인을 모시고 졸복 새끼로 끓인 복국을 먹는데 시인이 "왜 졸복이냐"고 묻는다.
내가 "복어가 '쫄티'를 입으면 졸복 새끼가 된다"고 하니, 몇 수 위인 선배 시인 왈 "새끼 복어와 원조교제하는 것 같다"는 기막힌 은유를 날려 며칠간 계속된 여행의 주독이 순식간에 확 풀렸다. 시인도 복국처럼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말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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