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예의 구태를 거듭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앞서 올해 살림살이가 알뜰했는지를 살피고, 아울러 예산 낭비를 줄이고 예산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 방향을 따지자는 국감 본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장면이 잇따르고 있다.
의원들의 회계지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감이 과거와 미래의 나라 살림에 대한 엄밀한 감사나 사전 분석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또한 정책감사가 본래의 국정 감시 기능에 덧붙여 간접적으로라도 예산 낭비를 찾아내거나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다만 말이 정책 감사지, 여당은 정부 정책 옹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야당은 정책 발목잡기에만 매달려서야 이런 간접 효과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상임위원회가 사실상 최우선 쟁점으로 다루다시피 한 '4대강 사업'이 좋은 예다. 한동안 '환경 문제'가 최대 쟁점인 듯하더니, 이번 국감 들어 '야채 값 폭등의 주범'이라는 주장과 문화재 훼손 우려가 부각됐다. 야당이 앞 다투어 주장한 야채 값 폭등 주범설은 민주노동당이 제기, 한동안 인터넷 논쟁을 불렀다가 지나친 과장으로 판명된 내용이다. 4대강 사업으로 하천 주변 농지 1만550㏊가 완전히 사라졌고, 관련 농지개량 사업으로 819㏊의 농지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등 대부분 야채 재배지인 1만8,741㏊의 농지를 사용할 수 없어 채소값이 폭등했다는 주장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야채 재배면적이 26만2,995㏊였던 반면, 4대강 둔치 야채 재배면적이 3,662㏊에 불과했다는 간단한 통계만으로도 무너진다.
설사 4대강 둔치 안의 모든 농경지가 쓸 수 없게 됐더라도 전체 야채재배면적의 1.4%에 불과하다. 올해 유난히 심했던 무더위와 비가 야채 생장을 억눌렀고 수확과 운송까지 방해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4대강 사업 탓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교통사고로 빈사상태에 놓인 사람이 숨지기 직전 모기에 물렸다고 모기에게 죽음의 책임을 따지려는 것과 닮았다. 이런 희극이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국감의 참모습일 수야 없다.
문화재 훼손 우려도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따르게 마련인 논란이다. 환경 우려와 마찬가지로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사전 조사와 검토가 소홀했다면 후속 보완작업을 다듬는 것이 막연한 문제 제기보다 낫다.
남은 기간에라도 여야가 정치 마인드에 기울기보다 최소한의 '회계 마인드'에 의거해 내실 있는 국감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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