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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베를린의 통일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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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베를린의 통일 20주년

입력
2010.10.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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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찾은 독일 수도 베를린은 활기가 가득하다. 통일 이후 수도가 옮겨오면서 정치 중심지가 된데다 수많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어 베를린은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중심지가 되었다. 분단 시절 장벽으로 둘러싸여 쓸쓸하고 황량하던 모습과는 딴판으로 생동감 넘치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내게는 무엇보다 생활 공간으로서의 베를린이 더 관심을 끈다. 장벽으로 막혀있던 곳, 총을 든 군인들이 살벌하게 지키던 곳을 아무 제약 없이 마음대로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이제는 장벽의 흔적마저 사라진 동서 베를린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가며 통일 독일이 한없이 부러웠다.

진정한 통합 막은 흡수통일

통일 20주년을 맞은 베를린의 분위기는 너무도 차분하다. 언론에서 이런저런 특집을 내긴 했지만, 지난해 장벽 개방 20주년 때의 요란함과는 대조적이다. 통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까? 그런 이유도 있지만 통일로 강대국이 된 뒤에도 나치 과거 때문에 마음껏 자축하지 못하고 자중하는 듯하다.

통일 20주년에 맞추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84%가 통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단을 극복하고 다시 통일국가를 이룬 것이 행운이며 매우 잘된 일이라는 평가이다. 동서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고, 동독인들이 자유를 얻은 것만으로도 통일은 좋은 일이다. 게다가 통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니 긍정적 평가는 당연하다.

하지만 통일의 현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동서독 지역 간에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절반이 넘는다. 주요한 차이는 동서 간의 경제적 불평등이다. 20년이 지나도록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서쪽의 2배에 가깝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서독의 75%밖에 못 받는다. 게다가 인구의 12%나 되는 160만 명이 서독 지역으로 빠져나가 인구 공동화와 노령화의 이중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동독지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들이다.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동독인들의 열등감이다. 동독과 함께 자신들의 과거 역시 전면 부정되고 서독식 삶의 방식을 새로 배워야 했기에 옛 서독인들에게 열등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동독인들은 자신들이 2등 국민이며 부당하게 차별 받는다고 생각한다.

현재 문제의 뿌리는 과거에 있다. 통일 자체는 선(善)이었지만 통일 방식이 잘못되어 지금까지도 진정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독일 통일의 문제는 너무 단기간에 서독 주도의 흡수통일 방식을 택한 데서 기인한다. 동독이 서독에 합병되는 방식을 택했기에 동독 사회의 모든 가치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버렸다.

독일의 실수 반면교사로

또 정치적 논리로 단행한 1대1 화폐통합이 동독의 산업기반을 붕괴시켜 오늘날까지도 동독지역이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통일과정의 결정적 실수였다. 동서독의 장단점을 보완하여 새 헌법을 만들고 동독적 가치도 존중하는 방식의 통일을 이루었다면 지금의 후유증은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통일 독일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다음 세대 즉, 통일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중심이 될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이다. 독일의 예가 있기에 우리는 좀 더 실수를 줄이며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독일 통일 20주년을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김용민 연세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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