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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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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

입력
2010.10.0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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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37ㆍ피츠버그)가 지난 2일 플로리다전에 구원 등판, 3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으면서 아시아 출신 투수 역대 최다승인 124승(98패)을 기록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94년(계약연도) 빅리그에 데뷔한지 17시즌만이며 96년 4월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지 14년6개월 만이다. 박찬호는 아시아 투수 최다이닝 기록도 갖고 있다.

박찬호가 아시아 투수 최다승을 기록하기까지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먹튀'논란이다. LA 다저스 시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18승과 15승을 잇달아 따내며 텍사스와 5년 간 6,500만달러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FA를 의식해 무리하게 등판 한 탓에 텍사스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냈고, 결국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찬호는 피츠버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다. 최근 현지 중계방송 도중 캐스터가 박찬호가 중간계투로 나오자 장래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고 왜 나이 많은 선수를 내세우냐고 질책성 멘트를 했다고 한다. 박찬호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을 앞두게 된다. 물론 랜디 존슨이나 로저 클레멘스는 40대 중반까지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선발이었던데 반해 박찬호는 항상 불펜에서 긴장하며 대기해야 하는 중간계투이기에 상대적으로 힘들다.

메이저리그 개척자인 박찬호는 실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 박찬호의 하나 남은 꿈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소속팀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 피츠버그의 전력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통산 최다 홈런기록 보유자인 배리 본즈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했다. 박찬호도 우승 반지를 위해 올시즌 적은 연봉(120만달러)에 줄무늬 유니폼(뉴욕 양키스)을 입었지만 부진 끝에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94년 박찬호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딘 이후 53명의 젊은 루키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다. 2009년에는 역대 최고인 9명이나 진출했다. 너무 많은 유망주들이 떠나 국내 야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예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서재응(KIA), 김선우(두산)는 10승 내외를 거두고 쓸쓸히 국내무대로 유턴했고, 추신수(클리블랜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배우가 무대를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박찬호는 이번 시즌을 마감한 뒤 내년 시즌 거취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한국에 복귀할 지,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을 더 뛸지는 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박찬호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에 대한 애착을 털어버리고 무대를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내년에도 올시즌 정도의 성적(4승3패 평균자책점 4.66)을 거두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굳이 당장 이뤄야 할 목표도 없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연장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박찬호는 17년 동안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이제는 메이저리그를 떠나 평소 말해왔던 것처럼 국내에 복귀해 마지막 시즌을 보내든 사업가가 되든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할 때다. 박수칠 때 떠나라. 팬들의 박수 속에 떠나는 것만큼 그 이상의 은퇴 선물은 없다. 내년 시즌 국내 무대에서 뛰는 박찬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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